병사 어머니 비하·폭언…신고하자 병사들 역고소

군인권센터 “중사 편 든 감찰·지휘라인 문책해야”

“‘아픈 어머니와 통화 원한 병사에 폭언’ 해군 중사, 병사 역고소”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김지헌 기자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한 해군 간부가 자신을 폭언 당사자로 지목한 병사와 이를 외부에 알린 선임 병사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 군인권센터(이하 센터)가 피해 병사에 대한 군의 가해와 관련해 지휘 라인에 대한 책임 있는 문책을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센터는 27일 해군 진해기지 사령부 의장대 A중사가 자기 부대 소속 B병사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진행,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B병사에 대한 해당 혐의는 군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앞서 9월 센터는 해군 진해기지 사령부 의장대 내에서 A중사의 폭언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B병사 사례를 접수했다.

그런데 A중사는 B병사의 선임인 C병사가 8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지에 A중사의 폭언을 제보했다는 이유로 도리어 B병사와 C병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센터에 따르면 B병사에 대한 A중사의 폭언은 지난 3월에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B병사는 어머니의 몸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에 B병사는 어머니 걱정에 잠잘 수 없었고, 점호가 끝난 오후 10시께 생활지도보좌관을 맡고 있던 A중사를 찾아가 어머니와 공중전화 통화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A중사는 “아프다는데 어떡하라고” “너네 가족이 그렇게 되든 말든 내가 뭔 상관인데, 나한테 그딴 보고를 하냐” 등 폭언을 약 5분간 했다고 한다.

폭언이 있던 날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난 7월께 B병사는 C병사에게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B병사의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C병사는 국방헬프콜에 전화해 해당 상황을 알렸다. C병사는 페이스북 ‘군대나무숲’ 페이지에도 상세한 폭언 내용 올렸으나 부담을 느낀 B병사가 이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해 해당 글은 당일 지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국방헬프콜은 사안에 답하지 않았고 ‘군대나무숲’ 페이지에 하루 동안 게시된 글과 관련해 B병사와 C병사에 대한 처벌 조치가 논해졌다고 한다. 인권센터 측은 당시 진해기지 사령부 감찰실장이 ‘네가 쓴 글 때문에 그 가족들(가해자 A중사 가족)이 정신적 피해를 봤다’ ‘너 지금 신고당한 상태야’ 등의 말로 B병사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B병사는 본인이 신고당했다는 사실에 대해 어떤 신고가 된 것인지 감찰실장에게 물었지만 감찰실장은 B병사에게 상세한 피소 사항을 알려주지 않았다. 9월에서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서 A중사가 작성한 명예훼손 고소장 일부를 B병사가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센터는 “폭언 등으로 국방헬프콜에 신고를 했지만 군감찰과 수사기관이 폭언 사건은 제쳐 두고 가해자 간부가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 조사에 역량을 쏟아붓는 행태가 황당할 뿐”이라며 “진해기지 사령부 군사경찰, 감찰실은 물론이고 신고를 접수한 국방헬프콜, 신고 사실을 확인한 사령관 이하 해당 부대 지휘 라인에도 모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센터나 SNS 페이지 등으로 군 인권침해 제보, 상담을 진행하는 병사들이 많아지자 이들을 명예훼손, 무고 등으로 역고소해 피해자들을 괴롭히는 가해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가해자와 한통속이 돼 피해자를 괴롭힌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 문책과 처벌이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군 관계자는 “부대는 해당 사안에 대해 감찰조사를 실시했고, (B병사의 명예훼손 혐의를) 현재 군사경찰에서 군검찰로 사건을 송치해 수사 중”이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