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페트병 섬유는 ‘쓰레기섬유’라 부르나”
각국 탄소저감 위해 순환자원 사용 확대
국내는 환경단체 반대·정부 규제로 퇴보
“유럽에선 폐자원을 열원으로 해서 만든 시멘트를 ‘그린시멘트’, 중국에선 ‘에코시멘트’라 한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쓰레기시멘트’라 불려야 하는가. 그럼 폐페트병으로 만든 섬유는 ‘쓰레기섬유’, ‘쓰레기옷’인가?”
쌍용C&E 동해공장의 고위 관계자는 시멘트업계가 오해받고 있는 현실을 이렇게 토로했다.
지구촌 산업계는 탄소 저감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을 없애겠다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18일 그 첫단계로 2030년엔 2018년 배출량의 40%를 감축하는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이 중 시멘트업종은 소성공정에 쓰이는 고체화석연료(유연탄)의 36%를 폐합성수지로 대체한다는 구체적인 안까지 내놨다.
현재 국내 시멘트업계의 순환자원, 폐플라스틱 사용 비율은 20% 초반, 업계 1위인 쌍용C&E는 40% 수준. 유럽 시멘트업계가 60% 이상인 것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시멘트공장에서 열원으로 사용되는 폐플라스틱은 말 그대로 쓰레기 수준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폐플라스틱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매립 혹은 소각 밖에 답이 없다. 시멘트공장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다.
폐플라스틱을 소각해 얻는 열은 유연탄과 같은 수준인 1500도 이상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폐플라스틱과 유연탄은 기원이 같기 때문이다. 탄소원자를 중심으로 다른 물질들이 결합한 탄소화합물과 광물 복합체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아직 높다. 정부 규제와 일부 환경단체의 극렬한 반대 탓이다. 폐합성수지를 소각하면 발생하는 염화물 관련 국내 규제는 환경 선진국인 유럽연합(EU)나 미국보다도 강하다.
여기에 일부 환경단체(정확히는 특정 환경운동가)나 소각시설 전문업계에선 시멘트업계의 순환자원 사용을 ‘그린워싱’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한다는 것. 순환자원을 소각하는 시멘트 생산공정에서 중금속, 대기오염물질이 다량 배출된다고 주장한다.
또 그렇게 생산된 시멘트에도 중금속이 함유돼 위험하다고 한다. 쉽게 말해, 쓰레기를 태워 만들었으니 ‘쓰레기시멘트’란 딱지를 붙인 것이다.
시멘트 회사들은 반문한다. “그럼 폐자원으로 만든 제품은 모두 ‘쓰레기oo’가 되는가. 또 토양에는 각종 중금속이 함유돼 있는데, 땅에서 난 식품은 먹지 말아야 하는가.”
시멘트협회는 “시멘트 생산에 쓰이는 재활용원료와 연료는 다른 시멘트원료와 함께 가스온도 2000도, 원료온도 1450도의 고온으로 소성된다”며 “대부분의 오염물질이 가스상으로 분해되거나 시멘트원료 중에 고착된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순환자원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선진국에선 시멘트 생산에 쓰이는 순환자원의 종류를 점차 확대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 국내 사정은 지나치게 척박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의 경우 폐플라스틱은 물론 폐타이어, 페인트슬러지, 솔벤트, 피혁폐기물까지 소성용 연료로 사용된다. 독일은 소성용 연료의 69%를 순환자원으로 대체할 정도다.
일본에선 시멘트산업의 폐기물 자원화에 폐자동차 파쇄 잔재물,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폐선박, 생활쓰레기까지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이현준 쌍용C&E 대표는 “시멘트는 석회석을 가열하는 과정에서 탄소의 80%가 발생한다. 탄소를 줄이려면 절대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되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닌 산업”이라며 “폐기물 자원화는 자연자원을 절약하고 탄소를 감축하려는 노력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3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서울과학기술대 배재근 교수는 “시멘트산업의 자원순환 효과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용 3조9790억원과 함께 연간 운영비용 591억원 절감효과가 있다“며 “시멘트산업의 재활용으로 민간매립지 수명이 7.2년 연장되는 효과도 있다. 만일 재활용이 이뤄지지 않으면 매년 수도권매립지 매립량의 80%에 달하는 매립부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누군가 무턱대고 붙인 ‘쓰레기시멘트’라는 딱지. 유해성 여부의 과학적 검증과 함께 폐자원 재활용 관점에서의 정책적 검토가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유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