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40만원 넘어도 왜 1000만대나 팔렸나 했더니…눈 앞에 우주가 쫙~”
메타(페이스북)의 가상현실(VR)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 2(이하 퀘스트2)’가 최근 글로벌 누적 출하량 1000만대를 넘어섰다. 지난 2020년 출시된 후 약 1년만의 성과다. 41만 4000원(128GB, 국내가 기준)이란 적지 않은 금액에도 불구, 전세계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국내 시장에서의 반응도 좋다. 정기현 메타(페이스북 코리아) 대표는 “한국은 단순히 디바이스(퀘스트2) 자체가 팔린 정도에서 최상위권인 나라일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봤을 때 사용자 반응이 가장 뜨거운 국가”라며 국내에서 유의미한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메타는 7일 오전 가상공간에서 ‘VR 아트’ 미디어 쇼케이스 행사를 개최했다. ‘퀘스트 2’를 통해 정기현 메타(페이스북코리아) 대표, 염동균 VR 아티스트와 만나 예술·업무 분야에서의 VR 기술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했다. 이날 열린 VR 아트 행사에 앞서 기기를 대여받아 체험해봤다.
행사를 위해 사전에 받아본 ‘퀘스트 2’는 생각보다 심플했다. 무게는 503g으로 한손으로 들기에도 무리가 없었고, 기본 설정을 완료하면 사용법도 복잡하지 않았다. VR 기기 작동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기우(杞憂)였다.
가장 흥미로웠던 콘텐츠는 ‘퀘스트 2’를 통해 본 유튜브 영상이었다. 가상공간에서 유튜브 앱에 접속하면 360도로 영상을 돌려볼 수 있는 VR 전문 콘텐츠만을 따로 모아볼 수 있다.
특히, 콘서트 현장 등 음악 콘텐츠에 대한 만족도가 제일 높았다. ‘퀘스트 2’만으로 방구석도 콘서트장으로 변했다. 가수와 관중 사이에서 양쪽을 둘러보며 현장감을 무엇보다 밀접하게 느낄 수 있었고, 무대 위 가수 바로 옆에서 가수의 시선으로 공연을 즐기는 것도 가능했다.
여행 및 자연 경관 콘텐츠의 몰입도도 최상이었다. 유럽 암스테르담 강 위에서 보트를 타고 도시 경관을 즐길 수도 있었다. 여타 여행 프로그램처럼 편집된 영상이 아니란 점에서 해당 장소의 소리, 날씨, 사람들 등 분위기를 더욱 현실감있게 즐길 수 있었다.
일반 유튜브 영상, 넷플릭스 콘텐츠 등은 영화관처럼 시청이 가능했다. 대화면 TV로 보는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났다. 음향은 다소 부족했지만, 어둠 속에서 눈앞을 꽉차는 영상은 또 다른 매력을 안겼다. 특히, 집에 대형 TV를 놓기 어려운 1인 가구의 경우 콘텐츠 시청만으로도 충분히 효용성이 있다고 느껴졌다.
일종의 홈 화면이라 볼 수 있는 가상현실 속 배경도 쏠쏠한 재미였다. 우주정거장, 사이버 시티, 일본 료칸 배경, 무인도의 천막 등 다양한 환경을 제공, 마치 다른 세상에 와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움직임이 많은 콘텐츠은 개인적으로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현실 속 몸은 가만히 있는 반면, 시선이 지나치게 실감나게 움직이면서 괴리 현상이 나타났다. 일례로 롤러코스터 레일을 탑승한 채 주변 과녁판을 맞추는 게임 ‘에픽 롤러코스터’를 진행했지만, 두통이 밀려와 약 30초만에 끄고 말았다.
아직까지 무료 앱이 많지 않은 것도 한계점으로 꼽혔다. 200여종의 VR 게임의 경우 무료보다는 유료 서비스가 훨씬 많았다. 게임별 가격대도 최대 수만원대로 적지 않았다.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는 점도 다소 아쉬웠다. 완충 후 이용가능한 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한번 이용하고 난 뒤에는 무조건 배터리를 충전해야했다.
한편, 메타는 ‘퀘스트2’의 뒤를 이을 XR(확장현실) 헤드셋 ‘프로젝트 캠브리아’도 준비 중이다. 내년 상반기 중 출시될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메타의 XR 기기 출하량은 2021년 약 900만 대에서 2022년 약 1750만 대, 2023년 약 2500만 대로 증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