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잘 전해지고 있을까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12월 25일. 우리 모두가 아는 크리스마스였지만, 사실 25일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아파트가 아닌 전국 주택가에서도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이 의무화되는 것. 고급 재활용 소재인 투명페트병을 최대한 모아보자는 의지에서다. 좀 과장해보자면, 우리가 지구에 선사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랄까. 과연 선물은 잘 전해지고 있을까?
크리스마스가 끝난 26일. 주말을 맞아 서울 마포구 망원동 일대 주택가를 돌아봤다. 마포구는 투명페트병 수거일을 수요일로 정하고 있다(지방자치단체별 요일이 다를 수 있어 별도 배출 요일을 확인해야 한다). 이제 투명페트병은 수요일에 다른 분리배출 품목과 별도로 묶어 배출하는 게 정답. 하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재활용품마다 투명 페트병은 어김없이 섞여 있었다. 다른 플라스틱류와 별도로 나눠져 있지도 않았다.
25일부터 주택가에도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의무화됐다는 사실도 대부분 알지 못했다. 주민 A씨는 “그런 제도가 생겼다는 건 처음 들어봤다”고 했고, B씨는 “별도 배출 요일이 원래 있었느냐”고 되물었다. 지구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기엔 아직 갈 길은 멀다.
왜 투명 페트병만 따로?
일단 관련 제도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 등에 따라 재활용폐기물을 배출할 때 투명페트병은 일반 플라스틱류와 별도 구분해 배출하도록 명시했다. 작년 크리스마스부터 아파트에 적용됐고, 그로부터 1년 뒤인 올해 크리스마스부터 단독주택(다중주택, 다가구주택 포함)으로 확대됐다. 이젠 아파트나 주택가 불문 모두 투명페트병을 분리배출하는 게 의무화된 셈이다.
투명페트병은 재활용품 중에서도 고급소재에 속한다. 이를 모아 장섬유를 생산할 수 있는 고품질 재생원료로 재활용되고, 이를 활용해 옷이나 가방, 자동차 시트 등으로 만든다. 게다가 최근엔 환경 중요성이 커지면서 의류업계 등에선 페트병을 재활용한 의류 등의 비중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추세다. 잘 모이기만 한다면, 수요는 충분하다.
수요는 충분한데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니 일본 등에서 투명페트병을 수입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나쁘게 표현하자면, 쓰레기를 수입까지 해야 하는 셈. 분노할 일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투명 페트병을 잘, 따로 모아서 배출하면 된다. 다른 플라스틱류와 섞이지 않게 별도로 배출요일에 맞춰 배출하고, 투명페트병을 배출할 땐 ▷라벨 등 비닐 제거 ▷이물질이 있는 경우 세척 ▷찌그러뜨려 부피를 줄이고 ▷다른 오염물질이 유입되지 않게 뚜껑을 닫고 배출해주는 센스.
환경부는 앞으로 1년 간 계도기간을 두고 주택가의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홍보 및 여건 개선을 진행할 계획이다. 투명 페트병 회수기 설치 확대, 수거업체 현장점검, 투명 페트병 별도 선별시설 구축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아파트부터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의무화한 이후 실제 수거량도 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월 461t이던 수거량이 올해 11월엔 1233t으로 약 2.7배 증가했다. 투명 페트병을 포함, 고품질 플라스틱 재생원료 생산량도 같은 기간 2.2배 증가했고, 페트 수입량은 작년 6만6700t에서 올해엔 3만t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홍동곤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순환경제 구축의 초석”이라며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에 적극 동참해주길 요청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