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만 1년에 82억개
썩기까지 450년, 재앙급 쓰레기
바다로 유입돼 미세플라스틱 야기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방역을 위해 포기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는 난제, 바로 ‘마스크 쓰레기’다. 급증하는 마스크 쓰레기로 몸살을 겪는 지구. 소재 특성상 재활용이 어려울뿐더러 감염 우려도 있어 처리 또한 난감하다. 지금까지 버려진 마스크 쓰레기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마스크 수요 역시 줄지 않는 추세다.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생분해 마스크 연구 등 기술 개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마스크 쓰레기, 1년에만 82억개=워낙 급박한 코로나 사태인 만큼 정확한 마스크 소비량을 측정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로선 추정치만 가능한 수준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중 38%는 매일 1개 이상의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평균 2.3일당 1개 마스크를 소비하는 꼴이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5182만명)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2.3일당 5182만개, 하루당 약 2253만개가 쓰인다. 1년이면 82억개에 이른다.
국내만 따져도 이런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몇 개의 마스크가 버려질지는 현재로선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마스크는 플라스틱이 주원료로, 다양한 성분이 혼재돼 있다. 마스크는 통상 안감과 필터, 겉감 등으로 구성되는데, 여기는 주로 폴리프로필렌이 쓰인다. 코 부분에는 마스크 모양을 잡아주는 철사가 들어 있다. 신축성을 갖춘 끈은 폴리우레탄이 주성분이다.
주성분이 플라스틱이니 잘 썩어 없어지지도 않는다. 자연 분해되기까지 통상 450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소각하게 되면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폐마스크 1t을 태울 때 온실가스 3.07t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트병 1t(2.25t)보다 더 많다.
▶폐마스크로 바다 오염도 심각=폐마스크는 통상 소각·매립되고 있지만 다른 대부분 플라스틱 쓰레기가 그렇듯 상당수는 바다로 버려지고 있다. 환경단체 오션스아시아는 지난해에 일회용 마스크 15억6000만개가 바다에 버려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일회용 폐마스크로 4000~6000t의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션스아시아 측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재사용이 가능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든 마스크를 제대로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난징대 연구팀도 코로나19 이후 마스크나 비닐장갑 등 플라스틱 폐기물 약 2만5900t이 바다로 유출됐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 중 상당수가 병원에서 발생한 의료 폐기물이란 점도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코로나 관련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대부분 강에서 바다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에 버려진 폐마스크는 해류를 타고 떠돌아다니며 미세플라스틱을 양산한다. 의료용 폐기물인 만큼 바닷물에 씻기면서 바이러스 등이 바다로 퍼져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스크끈에 묶인 동물, 끈 제거하고 버려야 = 일회용 마스크 사용을 줄이고 천마스크 등 재사용 마스크를 쓰는 게 방안일 수 있지만 이는 방역 효과 등에 따라 의학적 지침이 필요하다. 자연적으로 분해될 수 있는 생분해 플라스틱 재질의 마스크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다만 현재 개발된 생분해 플라스틱는 특정 환경에서만 생분해되는 만큼 아직 온전히 생분해제품을 기대하기엔 이르다. 업계는 기술 개발과 상용화까지 2년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마스크끈 제거다. 마스크끈이 새나 작은 동물엔 올무처럼 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마스크끈에 발이 묶인 갈매기나 송골매 등이 환경단체 등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일단 할 수 있는 건 마스크 폐기물이 잘 관리될 수 있게 무단 투기하지 않고, 버릴 땐 마스크끈을 제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