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B·세계은행, 中 성장률 전망치 하향 베이징조직위 “최소 개최비용 대회” 주장에 “인프라 구축비용 등 누락…실제 10배 이상 관광無·오염산업 생산제한·지방정부 부채↑ 얼어붙은 소비까지…본격 적자는 지금부터”
“올림픽의 이상을 추구하는 행동파인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간소하지만 안전하고 멋지게 선보이겠다.”
열전이 이어지고 있는 2022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화상으로 열린 제139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연설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한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여파로 대규모 방문객을 유치하지 못한 채 대회를 치르지만, 적은 비용으로 내실있는 대회를 치르겠다는 것이다.
이미 주요 2개국(G2) 국가로 떠오른 중국이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올림픽에 투입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대회를 치러냄으로써, 대회 후 빚더미에 올라앉거나 경기 불황을 겪는 징크스인 ‘올림픽의 저주(Curse of the Olympics)’에 걸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이번 올림픽을 치르는 데 사상 최저 수준의 비용이 들었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벌써부터 이번 올림픽 역시 저주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고질적인 ‘불투명 회계’ 속엔 공개되지 않은 막대한 올림픽 개최 비용이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동시에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 반감 등 돌발 변수가 중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 ‘최소 비용’이라던 베이징올림픽…알고보면 10배 들어가=중국 당국은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저비용 고효율’ 올림픽이라는 점을 연일 강조 중이다.
이번 대회에 들어간 총 비용 39억달러(약 4조6726억원)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약 29억달러, 약 3조4745억원) 이후 열린 하계·동계 올림픽 가운데 가장 적은 규모의 비용이 투입됐다는 것이다.
이는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당시 들어간 527억달러(약 63조1399억원) 의 7.4% 수준 규모이며, 역대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의 597억달러(약 71조5266억원)와 비교했을 때는 6.5% 정도에 불과한 액수다. 바로 직전 대회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154억달러, 약 18조4507억원)과 비교했을 때도 4분의 1 정도 금액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딴판이란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자체 조사를 통해 중국 당국이 발표한 개최 비용의 10배에 가까운 385억달러(약 46조1269억원)가 실제로 사용된 최소 비용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의 비용 추산에는 수많은 경기장들에 대한 개보수 비용은 물론이고, 올림픽의 원활한 개최를 위해 신규 건설된 고속철도나 지하철 등 교통 인프라 관련 비용이 전반적으로 누락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수도 베이징과 썰매 경기가 열리는 허베이성(河北)성 옌칭(延慶), 스키 경기가 열리는 허베이성 장자커우(張家口)를 이어주는 자율주행 고속철도 ‘푸싱(復興)’ 건설 비용인 92억달러(약 11조234억원)는 개최 비용 산정에서 제외됐다.
이 밖에도 2020년 완공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아이스 리본’은 2017년 당시 건설에 1억8660만달러(약 2239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추산되지만 정작 정부가 발표한 공식 비용 목록에는 빠져 있다. 2008년 올림픽에서 활용한 후 이번 올림픽에서 컬링 경기장 등으로 용도를 변경한 수영 경기장에 들어간 리모델링 비용도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중국 당국의 불투명한 회계 관리가 문제”라며 “정부의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관영 언론들이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쉬쉬하고 있는 것도 이런 결과를 불러온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3연임을 통해 시 주석의 영구 집권의 길을 여는 올가을 중국 공산당 당대회가 최종목표 지점인 가운데, 시 주석이 주창한 ‘중국몽(中國夢)’의 위용을 과시할 이번 올림픽이 ‘고비용·저효율 올림픽’이란 멍에를 뒤집어쓰지 않게 하려는 중국 당국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이다.
▶방역 탓 관광 無·제조업 억제…경제성장 전망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경제적 성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올림픽의 저주’로부터 이번 올림픽 역시 자유롭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해 대회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거나, 극히 제한된 중국 내국인 관중만 입장한 채 진행됨에 따라 관광과 소비 측면에서 중국 경제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국제보도전문채널 ‘프랑스24’는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가 예상했던 입장권 수입 1억1180만달러(약 1340억원)가 팬데믹의 영향으로 날아가 버렸다”며 “ ‘제로(0) 코로나’ 정책 등으로 인한 삼엄한 방역 조치로 일반적인 관광 역시 급감할 수밖에 없어 손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대회 기간 베이징 지역의 맑은 대기질을 유지하기 위해 오염 산업에 대한 생산 억제가 계속되며 경제적 타격 역시 발생하고 있는 데다 경기가 열리는 곳의 지방정부들이 막대한 빚으로 심각한 재정 문제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무라증권의 루팅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동계올림픽은 올 1분기 중국 산업생산과 인프라 건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팬데믹의 영향으로 소비마저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에릭 주 이코노미스트는 “패럴림픽과 3월 예정된 전국인민대표대회를 고려할 때 당국은 1분기 대부분 코로나19 제한 조치와 오염 산업 생산 억제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관광과 서비스 부문은 계속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5.2%로 정부 전망치(5.5%)보다 낮다. 여기에 최근 세계은행은 기존 5.4%였던 전망치를 5.1%로 하향 조정하기까지 했다.
통상 올림픽의 투자·소비 촉진 효과는 개최 3~5년 전에 집중된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은 2020년 확산한 코로나19로 인해 성과 없이 경제적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 올 1분기 성장률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소비·서비스업 위축으로 전 분기(4%)보다 크게 낮은 3%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계올림픽에 비해 동계올림픽이 참가국 수도 적고 관심도도 떨어지는 데다 경기장 시설 등에 대한 추후 관리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도 과제다.
실제로 1998년 대회를 개최한 일본 나가노는 17조원 규모의 막대한 빚을 졌고, 이를 갚기 위한 세금에 못 견딘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며 급격히 쇠락 중이다. 2010년 캐나다 벤쿠버 대회도 100억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남겼고, 소치 대회도 매년 2조원이 넘는 유지비만이 유산으로 남았다. 2018년 대한민국 평창 대회 역시 이후 3년간 135억원에 이르는 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안드레프 파리 1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베이징 역시 개최 성공을 위해 비용을 과소평가하고 수익을 과대평가했다”며 “이런 행동의 대가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지금부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