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멋지지 않나요?…특별한 외모 가진 ‘이 여성’의 반전”
뷰티·패션 등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주로 소비되던 가상 인간(Virtual Human)이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가 하면,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성들을 대변하는 가상 인간도 등장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 인간 제작사인 ‘더 디지털스’는 최근 세계 최초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가상 인플루언서를 선보였다.
더 디지털스와 다운증후군 인터내셔널(DSi)이 협력해 제작한 ‘카미’라는 이름의 가상 인플루언서는 20대 다운증후군 여성이 콘셉트다.
더 디지털스는 카미의 외관 디자인을 위해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성 100여명으로부터 이들의 사진과 영상을 받았다. 이렇게 수집한 이미지를 1차적으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하나의 이미지로 편집했고, 이를 다시 3D로 고쳐 최종적인 카미의 모습을 생성해냈다. 단순히 외모 뿐만이 아니라 목소리와 성격까지도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성들을 기반으로 제작했다. 카미와 관련된 모든 콘텐츠도 다운증후군 여성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만들고 있다.
더 디지털스는 세계 최초의 디지털 슈퍼모델이자 흑인 모델인 ‘슈두’를 만든 곳이다. 사회 곳곳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현실은 물론 가상공간에서도 장애인을 접하기 어렵다는 데서 착안해 카미를 제작했다. 더 디지털스는 카미의 목소리를 빌려 “소셜미디어에서도 다운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보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우리를 더 잘 알고,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고 카미를 만든 취지를 설명했다.
제작 과정에서도 최대한 다운증후군 여성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고자 노력했다. 제임스 카메론 윌슨 더 디지탈스 제작자는 “인공적인 미의 기준을 배제하기 위해 사람의 손이 아닌 AI 알고리즘을 통해 카미의 기본 콘셉트를 잡았다”면서 “여기에 카미가 실제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들의 ‘대표자’가 될 수 있도록 콘텐츠 제작 전반을 다운증후군 여성들 함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카미의 등장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획일적인 미를 강요하는 가상 인간 시장의 문제점까지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한편 카미 뿐 아니라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의 한 AR(증강현실) 렌즈 제작 전문업체가 가상 인간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알려 주목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