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수리남' 속 '마약왕' 전요환의 실존 인물인 조봉행이 지난 2016년 국내에서 복역중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조씨는 복역을 마친 뒤 수리남으로 돌아갔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국내에서 복역 중 사망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씨는 극 중에서 배우 황정민이 열연한 목사 캐릭터 전요환의 실존인물이다.
지난 17일 채널A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2016년 4월 19일 광주시 대학병원에서 사망했다. 당시 나이 64세였다. 사망진단서에 적힌 사인은 심부전과 고혈압 증세다.
조씨는 전남 해남교도소에서 복역 하던 중 고혈압 등 지병이 악화돼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해당 조치로 수감된지 5년 만에 풀려난 조씨는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병세가 악화돼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리남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은 조씨의 행방에 대해 "국정원도 검찰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MB정부 시절 '실화'…국정원·검찰 2년 넘게 추적
조씨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남미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조직을 운영해 '마약왕'으로 불린 인물이다. 국가정보원과 미국 마약단속국 등이 공조 작전을 펼쳐 지난 2009년 7월 브라질 상파울루 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조씨는 1980년대 선박 냉동기사로 일하며 8년 정도 수리남에 거주했다. 그러다 1994년 사기혐의로 수배되자 수리남으로 도피해 1995년 수리남 국적을 취득했다. 수리남에서 생선 가공공장을 차렸던 조씨는 남미 최대 마약 카르텔 조직 '칼리 카르텔'과 마약사업에 손을 뻗게 된다. 조씨는 이과정에서 전업주부, 대학생 등 한국인들에 마약을 보석이라 속여 돈을 주고 운반하게 한 수법을 사용했다.
그의 마약사업이 급성장하자 2005년 인터폴 수배명단에 올랐다. 조씨가 체포된 데까지는 2007년 10월 체포 계획을 세운 뒤 2009년 7월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 체포 2년 만인 2011년 국내로 압송됐고 사기와 마약밀수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징역 10년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형을 받은 것은 드라마와 달리 코카인 48.5kg을 취급한 것만 기소되었기 때문이다. 국내에 마약이 유통되지 않았다는 점도 형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
'수리남' 인기에 외교 갈등도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소시민 강인구(하정우)가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공개 사흘 만에 넷플릭스 드라마 인기순위 세계 8위에 올랐고, 14일에는 3위로 올라섰다.
'수리남'이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외교갈등도 불거졌다. 수리남 정부는 자국을 '마약 국가'로 묘사한 스토리로 인해 국격이 손상됐다며 제작사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한국 정부에 공식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영어 제목에서는 나라 이름을 넣지 않는 것(영어 제목은 Narco Saints)으로 중재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에 한국 대사관은 현지 교민들에 안전을 당부했다. 주베네수엘라 대한민국 대사관은 '수리남 한인사회 대상 안전공지'를 통해 "수리남에 거주하는 한인 여러분께서 드라마 ‘나르코스 세인츠’ 방영 여파로 많이 곤혹스러우실 것으로 짐작된다"며 "한인 여러분들의 안전이 가장 우려되는 바, 여러분의 안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일단 각자 안전을 위해 주의를 기울여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과 수리남은 1975년 수교했으며 현재는 주 베네수엘라 한국대사관이 수리남을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