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엔 활짝, 케일엔 오만상? 태아도 음식 ‘호불호’ 있다
당근을 먹은 임신부 집단의 태아는 입꼬리가 올라갔고, 케일을 먹은 집단의 태아들에게선 입꼬리가 내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세이지저널]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태아도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최근 CNN 보도에 따르면 영국 더럼 대학교 태아·신생아 연구소의 대학원 수석 연구원인 베이자 유스턴은 자궁에서 맛을 느끼고 냄새를 맡는 태아의 능력을 조사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과거에 이뤄진 연구에선 아기가 자궁에서 맛과 냄새를 느낄 수 있다고 산후 결과를 통해 제안했지만, 이번 연구의 경우 자궁에서 태아가 맛에 표정까지 달라지는 등 보다 크게 반응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보여주는 첫 연구였다.

연구진은 임신부 35명에게 유기 케일 캡슐, 다른 35명에게 당근 캡슐을 먹도록 했다.

당근은 단맛이 느껴지고 케일은 시금치,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등 다른 녹색 채소보다 쓰게 느껴지기에 선택됐다.

임신부가 섭취하자 20분 뒤 태아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당근을 먹은 집단의 태아는 미소를 짓는 양 입꼬리가 올라갔다. 케일을 먹은 집단의 태아는 입꼬리를 아래로 내리거나 입술을 꾹 다물었다.

유스턴은 "우리는 건강한 식단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다"며 "건강에 좋지만 안타깝게도 쓴 맛이 나는 야채가 있는데, 보통 아이들은 이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신 기간 중 건강한 식단을 갖는 게 아이들의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며 "우리 연구 결과는 어머니의 식단을 조정하는 게 아이들의 건강한 식습관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고 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여성은 모두 영국인이고 백인이다. 유스턴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갖는 임신부를 대상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나는 터키에서 왔는데 우리나라는 쓴 음식을 즐겨 먹는다. 그래서 터키 아기들이 쓴맛에 어떻게 반응할지 보는 게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했다.

연구진은 아이들이 자궁에서 경험한 맛이 어린 시절 다른 음식을 받아들이는 데 영향을 주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출산 후 같은 아기들을 대상으로 후속 연구에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