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역설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2020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6.4% 감소한 6억5622만t으로 확정됐다. 2018년을 정점으로 2년 연속 감소세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의 성과일까? 사실 진짜 이유는 코로나의 역설이다. 경기침체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자연스레 감소했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에 따라 경제활동이 재개된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더 뚜렷해진다. 경제활동이 재개되자 온실가스 배출량도 다시 늘었다. 작년보다 더 일상회복이 가속화된 올해는 어떨까? 온실가스 배출 감소 추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분기점은 올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02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년 대비 6.4% 감소한 6억 5622만t으로 확정 발표했다. 2018년 7억 2700만t, 2019년 7억 100만t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했다.
온실가스 배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에너지 분야다. 전체 배출량의 86.8%를 차지했다. 산업 공정 분야가 7.4%, 농업분야가 3.2%, 폐기물 분야가 2.5% 등을 기록했다. 에너지 분야에서 전년 대비 줄어든 배출량(4156만t)만 한 해 동안 산업 공정 분야의 총 배출량(4853만t)에 달할 정도다. 그만큼 에너지 분야가 사실상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핵심인 셈이다.
에너지 분야는 크게 ▷에너지 산업(36.1%) ▷제조·건설업(27.3%) ▷수송(14.7%) 등으로 나뉜다. 2020년엔 이들 분야에서 모두 전년 대비 배출량이 줄었다. 이유는 대체로 비슷했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다. 전력 수요가 감소해 발전량이 줄었고, 건설경기 악화로 철강이나 비금속 유연탄 공급량 등이 감소했다. 수송 부문에서도 유류 소비량이 감소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다.
다시 늘어날 2021년
2021년은 아직 확정치가 아닌 잠정치만 공개된 상태다. 잠정치 기준 2021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7960만t으로 추산된다. 전년보다 2300여t 늘어난 수치다.
전체적인 비중이나 형태는 2020년과 유사하다. 에너지 분야가 86.9%로 가장 많고, 그중에서도 에너지 산업 비중이 가장 컸다. 이들 분야가 2021년엔 모두 증가세로 돌아섰다.
에너지 분야 배출량이 전년 대비 3.6% 증가했는데, 이유는 대부분 코로나 엔데믹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다. 전력 수요 증가, 수송 수요 증가, 화학이나 철강 등 제조업 부문 수요 증가 등이다. 2020년 확정치가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고 해서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는 이유다. 2020~2021년의 배출량 추이는 결국 코로나에 울고 웃은 셈이다.
연간 1억t 이상 온실가스 배출하는 석탄
결국, 진짜 노력과 성과, 감소 추이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전방위적인 노력이 불가피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일까. 가장 비중인 큰 에너지 분야,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너지 산업에선 에너지원별 배출량을 주목해야 한다.
2020년 기준 에너지 발전량에서 가장 큰 비중은 석탄(36%)인데,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5700만t에 이른다. 2020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23%가 석탄 때문이다.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발전 비중은 9%, 온실가스 배출량은 30만t에 그쳤다. 석탄이 신재생 에너지에 비해 발전량은 4배 많은데, 온실가스 배출량은 523배 더 많다.
2021년엔 전년 대비 석탄 발전량이 소폭 증가했는데, 배출량은 1억5700만t에서 1억5300만t으로 오히려 400만t 감소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이와 관련, “고효율 신규 석탄 설비 운용에 따른 감소”라고 설명했다.
석탄 발전이 온실가스 배출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는 건 각종 수치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석탄 발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데에도 대체로 이견이 없다. 다만, 그 시기나 방법 등에선 온도 차가 크다.
코로나 사태로 등락을 반복한 2020~2021년 추이는 아직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큰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걸 시사한다. 내부의 노력보단 외부의 변화에 기대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측은 “올해에도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에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인 감축 노력을 이행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