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딸! 영웅이 노래 듣게 멜론 아이디 좀 빌려줘… 왜?”
# 직장인 이모(34) 씨는 지난해 엄마에게 멜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드렸다. 엄마도 본인 아이디를 가지고 있었지만 가수 임영웅의 노래를 스트리밍해야 한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자신과 동생의 아이디를 모두 ‘헌납’하고야 말았다. 이씨는 “엄마가 틈만 나면 임영웅의 노래를 틀어놓는 것은 물론 자기 전에는 앨범을 통째로 반복 재생하신다”면서 “작년에 내가 한 해 동안 들은 노래를 결산해보려고 했더니 멜론에서 감상 이력에 따라 주어지는 멜로너 타이틀에 ‘임영웅 매니아’가 뜨더라”고 푸념했다. 이어 이씨는 “주변에 얘기하니 나만 이런 게 아니더라”며 “차트만 보더라도 음원 스트리밍앱은 50·60대가 점령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50·60대가 음원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앱)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의 클릭에 따라 음원차트 순위가 바뀔 정도다. 시장에서 50·6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며 음원 스트리밍앱업체에서도 이들의 관심 콘텐츠를 모아 선보이는 등 고객잡기에 공력을 쏟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전체 음악 스트리밍앱시장에서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로, 20대와 30대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40대(17%)보다는 1%포인트, 10대(14%)보다는 4%포인트 많다. 2위인 30대(21%)와 격차도 3%포인트에 불과하다.
50·60대가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코로나19 확산 이후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외출에 제약이 생기며 음원 스트리밍앱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지니뮤직 유료 가입자 비중을 살펴보면 2020년 50·60대 유료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전체 가입자 가운데 50·6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5년 전보다 2배가량 증가한 8.8%로 집계됐다. 신한카드가 지난해 발표한 연령대별 음악·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현황자료에서도 50·60대의 증가율은 101% 수준으로, 20~40대(71%)를 압도했다.
50·60대가 시장 내에서 미치는 영향도 상당해졌다. 지난 23일에는 ‘어머니들의 아이돌’로 불리는 가수 임영웅의 음원 10개가 지니뮤직 차트 1~14위를 ‘싹쓸이’했다. 임영웅의 음원은 멜론에서도 차트 100위 안에 다수 포진 중이다.
이에 멜론, 벅스 등 음원 스트리밍앱도 앞다퉈 ‘트로트’, ‘성인가요’ 코너 등을 만들어 50·60대 잡기에 나선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대표 온라인동영상콘텐츠(OTT)앱 티빙도 임영웅 콘서트를 단독 중계하며 유료 가입자 대거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콘서트 당일에만 40~60대가 대거 몰리며 신규 설치기기 건수가 3만7669건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