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장례 계속

유가족 “참사, 변화 계기됐으면”

고등학생 희생자도 장례식 시작

“똑똑한 첫 손녀, 소식 믿기 힘들어”

“아빠 생일에 떠난 딸…이젠 떠나보낼 준비” [이태원 참사]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동국대일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이태원 참사 관련 14구의 피해자 시신이 안치됐으며, 인근 일산병원과 장항동 일산장례식장에도 3구씩 안치됐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내 생일날 갔어. 좋은 곳에서 밥 사준다고 해서 같이 맛있게 먹고, 딸은 남자친구랑 이태원에 갔는데….”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만난 이태원 참사 희생자 A씨 아버지는 “이제는 딸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30일 장례 절차를 시작한 A씨 유가족은 이날 오후에 진행되는 입관식을 앞두고 있었다. A씨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아버지 생일에 남자친구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 A씨 아버지는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고, 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A씨 아버지는 딸이 평소 활발해 친구가 많았다며, “전날 경찰로부터 딸의 스마트폰을 받고 친구들과 연락이 됐다”며 “학교 친구, 동아리 친구, 해외 봉사를 함께한 친구들이 장례식에 왔다”고 말했다.

‘장례 과정에서 유가족에게 부족했던 부분이 없진 않았느냐’는 질문에 A씨 아버지는 “처음에는 아쉬운 면이 있었다”며 “하지만 그건 내 자식이 이런 일을 당해서 생긴 슬픔, 아픔에서 나온 것이지, 지금은 잘잘못을 따지는 일이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A씨 아버지는 “다만 딱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며 “이런 사건이 벌어졌을 때 참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참사가 발생했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고 절차와 과정에 의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사후 처리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빠 생일에 떠난 딸…이젠 떠나보낼 준비” [이태원 참사]
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시민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

이날 오전 이대목동병원에는 이태원 참사로 숨진 고등학생 5명 중 한 명인 B씨의 빈소에 가족·친구들이 방문했다. B씨의 소식을 들은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은 이른 아침부터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교복을 입은 한 학생은 B씨의 영정사진을 발견하자 부모님 팔을 잡고 “엄마, 저기… 저기야, OO아”라고 외치며 흐느껴 울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B씨의 할아버지는 “과묵하지만 공부 열심히 하고 똑똑했다”고 손녀를 기억했다. B씨 할아버지는 “아들한테 ‘손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믿기 힘들었다”며 “손녀가 어렸을 때 만들어준 공예품이 아직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참사 당일 친구 2명과 함께 이태원에 놀러 갔다. 함께 간 친구 1명은 중상을 입었고, 다른 친구는 세상을 떠났다. B씨 가족은 중상을 입은 친구 가족으로부터 “이태원 간 B씨는 괜찮냐”는 말을 듣고 참사 소식을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은 경찰로부터 B씨가 이대목동병원에 시신으로 안치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장례 절차 등의 이유로 장례를 시작하지 못한 일부 유족도 1일부터 장례식을 치르기 시작했다. 먼저 빈소가 차려진 희생자들은 3일장이 끝나고 전날부터 발인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밤 용산구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참사가 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156명(외국인 26명), 부상자는 151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