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지난 여름에도 이러더니 연말에도?…해도 너무한 제주도 렌트값.”
제주도 렌터카 요금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비수기인 이달과 12월 요금 차이가 무려 3배에 달한다. 지난 8월 렌터카 업체들의 자정 결의도 소용없었다. 제주도 렌터카 총량제가 2년 더 연장되며 들쑥날쑥 요금은 당분간 반복될 전망이다.
11일 기준 대형 제주 렌터카 업체 사이트에서 12월 마지막주(24일~31일)에 현대 싼타페를 렌트하려면 125만~132만원 가량을 내야한다. 소형 아반떼는 약 72만원, 소나타도 90만원 이상을 내야 렌트가 가능하다.
반면, 이달 요금은 성수기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12일~19일 기준 같은 싼타페 렌트비는 46만원 선이다. 소나타, 아반떼 등도 30만원대면 렌트할 수 있다.
성수기와 비수기의 요금 차이가 심각하다. 지난 여름 성수기에도 차량 렌트값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지나친 렌트비에 방문객들은 직접 자신의 차량을 가져갈 수 있는 선박 이용을 선호했다. 올해 1~7월 선박으로 제주도를 찾은 방문객은 약 35만명으로, 전체 5%에 달한다. 코로나 전에만 해도 전무하던 선박 입도 비중이 입도이 크게 늘었다고 제주 관광업계는 설명한다.
들쑥날쑥한 차량 렌트값은 ‘신고제’ 때문이다. 렌터카 업체는 1년에 한 번 제주도에 차종별 대여약관을 신고하고 그에 따라 요금을 받는다. 문제는 업계 평균 요금과 상관없이 각 업체가 자체적으로 산정한 가격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신고 요금에 상한선도 없어 제재할 근거가 없다. 반대로 비수기에는 이 신고 가격에서 자유롭게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다. 연중 특정 시기에 ‘하루 렌트비 1~2만원’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지난 7월 114개 제주 렌터카 업체들은 널뛰는 비용 문제를 개선하겠다며 자정 결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표들은 “제주도에 신고한 대여약관을 철저히 준수하고 과다한 요금이 아닌 적정한 요금을 받도록 하겠다”며 고객 만족 친절서비스와 교통사고 발생 시 수리비 과다 청구 자제, 취소 시 신속 예약금 환불 처리와 수수료 과대 청구 자제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연말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 실효성이 없는 모습이다. 비수기에 발생한 손실을 성수기 요금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잉 경쟁에 ‘제 살 깎아먹기’식 영업이 심각하다.
특히, 제주도가 지난 8월 렌터카 총량제 기한을 2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하며 문제는 지속될 전망이다. 교통체증과 환경보호를 이유로 현재 약 3만대 수준의 렌터카 중 총 1500대를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총량제가 오히려 가격 고공행진을 부추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1500대 줄이는 게 사실 환경보호에 무슨 큰 도움이 되겠냐”며 “제주에서 차를 빌리려는 관광객이 많은데 공급을 제한해 버리니 시장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