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물건, 1년새 70% 늘어
전셋값 급격히 내리며 역전세·역월세 속출
“전세금반환보증보험 등 보증금 보호 필요”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연이은 금리인상 여파로 전세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전세물건이 5만건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약 70% 늘어난 것으로 2년 전보다는 무려 4배 많다. 전세물건 적체로 전셋값이 가파르게 내리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지는 역전세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물건은 지난 11일 기준 5만898건으로 1년 전(3만110건)보다 2만788건 늘었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가장 많은 물량으로 정부가 같은 해 8월 허위 매물 과태료 부과를 시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대 최대치로 추정된다. 실제 2년 전인 2020년 11월 전세물건 수는 1만2589건으로 지금의 4분의 1 수준이다.
갱신계약 확대와 월세 선호, 가격 부담 등으로 신규 전세수요가 줄어든 데다 주택시장 거래절벽을 피해 매매를 전세로 돌린 집주인이 늘면서 물량이 급증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전세시장에선 공급 대비 수요가 부족한 상황이 11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73으로 전주(75.2) 대비 2.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9년 4월 넷째 주(72.9) 이후 3년 7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그만큼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전세를 내주려는 사람보다 극히 적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급전세도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고 중개업계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동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임차인이 움직이지 않고 있어 매우 한산하다”며 “지난 9월 입주한 신축 아파트의 전세물건이 아직 남아 있어 구축 단지의 전세거래는 더욱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맘때면 겨울방학 전입수요로 북적거렸던 양천구 전세시장도 “가격을 내리거나 추가 수리를 해주는 조건이 늘고 있으나 거래는 여전히 부진하다”고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전했다.
전세물건 적체가 전셋값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2년 전보다 가격이 내린 전세물건도 늘어나는 추세다. 보증금을 낮춘 갱신계약 사례 역시 속출하고 있다. 2020년 8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골자로 하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급등했는데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한 셈이다.
이에 최근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주는 ‘역전세’나 보증금 차액을 월세로 갚는 ‘역월세’ 사례가 늘어나는 등의 역전세난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많았거나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몰린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출이자 부담과 역전세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물건 소진이 더디게 이뤄지는 대단지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역전세 물건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임차인은 가급적 최근 전셋값이 급격하게 내린 아파트의 입주는 피하고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등 보증금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