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메일 받은 적 있죠?” 잘못 열었다간 월 200만원 날라간다
네이버 사칭 메일.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 이른바 ‘파블(파워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는 A(27세)씨는 해킹 사기로 의심되는 메일을 한 달에도 몇 번씩 받는다. 지금까지는 잘 예방하고 있지만, 블로그를 통해 월 200만원어치 수입을 벌어들이는 A씨는 자신의 블로그가 해킹으로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릴까 두렵다고 한다.

네이버의 인기 블로그 계정 수백 개가 해킹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네이버 블로그가 최근 일부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쏠쏠한 ‘용돈벌이’ 수단으로 떠오르자 이를 노린 해킹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피해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는 사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침해) 위반 혐의로 블로그 해킹조직 총책 등 1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해킹조직 총책에는 23세의 임모씨가 포함됐으며, 이 외에도 범죄에 가담한 대부분은 20대 초반의 나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네이버 도메인 주소와 유사한 형태로 만든 이메일 주소로 블로거들에게 메일을 보내 ‘해외 국가에서 네이버 계정이 로그인됐다’며 속여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요구했다. 정상적인 메일 주소의 도메인은 ‘naver.com’이지만, 이들이 보낸 메일 주소의 도메인은 ‘nevercorp.com’으로 돼 있었다.

도메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수백 명의 블로거들은 메일에서 요구하는 대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가 해킹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검거된 일당은 인기 블로그가 마케팅 업체에 한 계정당 1000만원에서 1500만원에 거래되는 점을 노려 범행을 모의했다. 범죄의 대상이 된 블로그들은 한 달에 최소 수백만원의 이득을 보는 인기 블로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메일 받은 적 있죠?” 잘못 열었다간 월 200만원 날라간다
네이버 관리자가 보내는 메일은 ‘네이버 아이콘’을 통해 구별할 수 있다. [네이버 제공]
“이 메일 받은 적 있죠?” 잘못 열었다간 월 200만원 날라간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음.[게티이미지뱅크]

네이버 블로그가 범죄의 대상이 되는 건 최근 다시 쏠쏠한 ‘용돈벌이’ 수단으로 재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의 등장으로 MZ세대 사이에서 밀려났던 네이버 블로그는 짠테크 부흥과 함께 다시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소소한 리뷰 만으로도 월 50만원의 부수입을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상공인들에게 추가 수입을 200~300만원까지 올릴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네이버 블로그는 3억건에 가까운 블로그 생산량을 기록했다. 이 중 20대가 올린 블로그 글이 34.6%를 차지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블로그 협찬 및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네이버는 재발 방지 대책을 적극 공지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블로그는 블로거들에게 어떤 이유에서도 메일을 통해 ID 및 암호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블로거들에게 상시적으로 이 사실을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이버 로그인 유사 페이지를 통해 로그인을 유도하는 네이버 사칭 메일 수신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수신한 메일이 네이버를 사칭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면 메일의 아이콘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