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월드컵 첫 경기날, 파업 예고…치킨 대란 벌어지나?”
오는 24일 열리는 월드컵 ‘한국-우루과이전’ 당일 배달 라이더 노조가 쿠팡이츠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달 주문이 2배 가량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치킨 대란’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반면, 일각에선 낮은 파업 참여도로 ‘찻잔 속 태풍’에 그친 거란 의견도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라이더유니온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 노조로 이뤄진 ‘쿠팡이츠 공동교섭단’은 오는 24일부터 집중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날은 월드컵 한국과 우루과이전 경기날이다. 교섭단은 배달기사 뿐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도 ‘쿠팡이츠 로그아웃’을 호소한다는 방침이다.
공동교섭단은 지난 14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 라이더유니온 95.22%, 배달플랫폼노조 95.4%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교섭단은 "자영업자로부터 배달료 명목으로 6000원을 걷으면서 라이더에게 2500원만 지급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기본 배달료 2500원에 노동자들이 쿠팡이츠를 떠나는 일이 벌어지면서 피크시간에만 라이더들이 몰렸다가 빠져나가는 일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삭감된 기본배달료와 거리할증 도입 ▷상설협의체 설립 ▷보험료지원 및 명절 상여금 ▷배차방식, 평균배달료 등 알고리즘 설명 ▷타임오프 등을 주요 요구 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다.
통상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가 펼쳐지는 날에는 배달앱 주문량이 2배 가량 증가한다.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온라인 음식 배달액은 전년 대비 70% 폭증했다. 2019년 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결승전 때는 배민의 주문 건수가 150만건으로 집계됐다.
‘배달 대목’에 예고된 파업에 쿠팡이츠는 긴장하고 있다. 최근 쿠팡이츠 이용자수는 배달의민족, 요기요에 비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아이지이에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이츠 월이용자수는 364만6000여명으로,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월드컵 경기날은 배달앱 가릴 것 없이 그야말로 주문이 폭증하는 날”이라며 “배달기사 수급이 잘 돼야 하는데, 파업 얘기가 들리니 벌써부터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배달기사들은 ‘치킨 대란’은 없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배달기사 수익이 급감함에 따라 ‘대목’에 파업에 동참할 기사들이 많지 않을 거란 목소리다.
서울에서 배달앱 기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 모(38) 씨는 “주문이 몰리는데 라이더가 줄면 배달단가는 더 오를 거고, 돈을 더 벌고자 하는 기사는 많다”며 “일부 라이더들이 파업에 동참해도, 부업으로 배달하려는 사람들이 월드컵 기간에 많이 몰리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