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전체가 화물연대, 서울교통공사, 철도노조 등의 파업 얘기로 들끓고 있다. 학교, 병원, 지하철 그리고 주유소까지 서민 일상을 옥죄는 파업이어서다. 공사 현장이 멈추니 건설일용직들이 일자리를 잃고, 주민지원센터의 등유 공급이 미뤄지니 쪽방촌 주민이 강추위를 걱정해야 하고, 지하철 운행이 파행이니 샐러리맨들이 출퇴근전쟁을 해야 하는 식이다.
이런 가운데 기존 노조와 차별화하는 노조들이 있어 눈에 띈다. 먼저 가입 4년 만에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탈퇴하기로 한 포스코 노조. 포스코에는 양대 노조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인 포스코지회가 지난달 말 조합원 투표를 통해 탈퇴를 의결했다. 금속노조가 조합비 수억원만 받고 막상 포스코 노조원들의 권익향상은 외면했다는 게 배경이다. 포스코지회는 “금속노조는 포스코지회가 금속노조를 위해 일하고 존재하기를 원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의 자업자득이다. 노동자 권익은 뒷전인 채 권력집단화하고 정치세력화하면서 내부 반발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GS건설과 쌍용건설의 노조가 민주노총 건설기업노조를 탈퇴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존재 이유와 해야 할 일을 되돌아보라는 메시지를 곱씹어야 한다. 지금 같은 식이라면 제2, 제3의 포스코·GS건설·쌍용건설이 속출할 것이다. 그 단초가 다음 사례다.
파업 하루 만에 철회로 돌아선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젊은 조합원들 목소리는 귀 기울일 만하다. 공사에는 3개 노조가 있는데 이번 파업에는 민주노총 산하 1노조와 한국노총 산하 2노조가 참여했다. 애초부터 단일대오가 아니었다. 2노조의 젊은 조합원 중심으로 사측 제안을 수용하고 파업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알려진 대로 민주노총 입김이 가해지면서 협상은 결렬되고 파업이 강행됐다. 여기에 3노조가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20~30대 MZ세대 노조원이 대부분인 3노조는 “명분 없는 정치파업”이라며 선을 긋고 처음부터 파업에 불참했다. 젊은 노조원들의 목소리에 파업은 동력을 잃었고, 결국 하루 만에 철회됐다. 젊은 노조원들의 목소리 내기는 이미 기업들이 경험하고 있는 일이다.
노조의 판이 바뀌고 있다. 노조원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는 게 1순위 목표다. 일부 노동귀족들의 뜬구름 잡는 정치투쟁·이념투쟁에는 더는 관심이 없다. 이런 흐름은 가속화할 것이다. 실용주의로 무장한 MZ세대 노조원들이 몰려 오고 있어서다. 이들은 돈보다 워라밸이고, 세습채용 등 불공정에 분노한다. 머리띠와 조끼는 진작에 벗어던졌다. 이들과 함께 가려면 이제 노동운동의 판도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