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과학 전문 인플루언서 하셈 알가일리 새 영상
인공자궁 ‘엑토라이프’, “기계가 대리모·실현 가능”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타원형의 투명한 유리 관 안에 아기가 자라고 있다. 아기는 태어나기 전 태아 상태다.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 공급은 인공 탯줄로 연결된 ‘바이오리액터’로 하며, 대변 등 배설물 역시 또 다른 ‘바이오리액터’를 통해 관 밖으로 배출한다. 아기의 부모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태아의 심장 박동, 체온 등 양육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올 법한 이 장면은 예멘의 과학 전문 인플루언서 하셈 알가일리 프로듀서가 영상으로 제작, 공개한 “세계 첫 인공자궁 구상”인 ‘엑토라이프(Ectolife)’ 개념이다.
13일(현지시간) 허핑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8분 남짓한 ‘엑토라이프’ 영상이 최근 소셜미디어 등에 널리 퍼지면서 회자되고 있다.
알가일리는 과학과 기술 배경 지식을 토대로 영상에 미래를 펼쳐보였다.
영상 속 해설은 “엑토라이프가 암이나 기타 합병증으로 자궁을 제거한 부모들에게 해법이 될 수 있다”면서 “조산이나 제왕절개도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엑토라이프는 일본, 불가리아, 한국을 포함해 심각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나라들을 돕기 위해 고안됐다”고 소개했다.
해당 영상에선 75개 첨단 설비를 갖춘 랩실이 있고, 각 랩실에는 400개의 타원 형태의 인공자궁들이 나란히 줄지어 놓여 있다. 각 인공자궁은 실제 임신부의 자궁 환경을 똑같이 복제했으며, 연간 3만명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설비라고 영상 속 해설은 설명했다.
영상에 따르면 인공자궁은 각종 감염으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이다. 아기의 몸에 붙인 센서를 통해 심장 박동, 체온, 혈압, 산소포화도 등 몸 상태를 체크하며, 정기적으로 발육 상태를 점검해 유전적 이상 여부도 살핀다. 부모는 스마트폰으로 아기의 발달 정보 뿐 아니라 360도 카메라로 촬영된 아기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또 스마트폰을 활용해 원격으로 음악을 선곡해 아기에게 들려줄 수 있고 직접 노래를 불러 전송할 수도 있다.
알가일리는 “이 기술이 이미 준비돼 있으며, 10년 안에 이러한 시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여성건강연구소의 조이스 하퍼 교수는 허핑턴포스트에 “언젠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외수정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엑토라이프도 가능할 수 있다. 과학적으로 결코 안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면서도 “내 생애 내에선 아니다”고 했다.
과학자들은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생물 윤리적 제약이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앤드류 셔넌 런던킹스칼리지 산부인과 교수는 “시험관 아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 큰 논쟁과 반발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험관 아기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대리모도 현재는 매우 흔한 현상이다. 어떤 측면에선 (인공자궁은) 기계에게 대리모가 되어 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