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범 GFFG 대표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조세호와 마주앉은 이 남자, 누구지?”
사업 초반에는 너무나 힘들었다. 심지어 폐업신고서까지 작성해놨다. 가게를 반지하로 옮길까 생각도 했다.
얼굴만 보면 그를 쉽게 알기 어렵다. 그럼 도넛 브랜드 ‘노티드’는? 도넛시장에서 요즘 가장 핫한 브랜드, 그는 바로 노티드의 이준범 대표다.
이젠 노티드 외에도 햄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 등 9개의 외식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GFFG의 수장이다.
대표 주자인 노티드는 서울 압구정동에서 연남동, 성수동 등 최신 유행의 집결지로 세력을 넓히고 백화점에도 속속 입점했다. ‘줄서서 찾는 맛집’이 된 GFFG는 지난해 창업 4년 만에 연매출 700억원을 기록하고 올해는 10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최근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 역시도 사업 초반엔 경영을 포기할 만큼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이 대표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오픈 초반 1년10개월 정도 고생을 많이 했다. 폐업신고서까지 작성했을 정도”라며 “그 당시 이미 자리를 잡은 가게를 반지하로 옮기는 것도 생각할 정도로 경영난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고생도 잠시, 이 대표 특유의 키치한 감성이 빛을 발했다. 투자를 주도한 건 벤처캐피털(VC) 알토스벤처스다. 쿠팡, 크래프톤, 우아한형재들(배민), 당근마켓,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유명 스타트업을 발굴한 것으로 잘 알려진 투자사다.
GFFG는 기존의 투자포트폴리오와는 다소 동떨어진 식음료(F&B)기업인 데다 300억원이란 투자금액도 F&B업계에서는 놀랄 만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알토스벤처스 관계자는 “저희도 F&B 분야에 투자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제일 기대한 부분은 브랜드 콘셉트와 확장성”이라고 설명했다.
GFFG의 감성엔 미국이 녹아 있다. 이 대표 역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모두 미국에서 졸업했다. 이 대표는 첫 브랜드였던 ‘오베이(다운타우너 전신)’를 시작할 때도 미국 생활의 감각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GFFG 브랜드는 도넛, 햄버거뿐 아니라 피자(클랩피자), 브런치 메뉴(리틀넥) 등이 있다. 모두 ‘아메리칸 감성’이다. 일식이나 중식도 미국식으로 해석해 브랜드를 선보였고, 유일한 한식 브랜드인 ‘호족반’ 역시 퓨전 한식으로 구성했다.
그가 생각하는 브랜드 정체성은 ‘1980~1990년대 올드스쿨 힙합 무드’ ‘서울 속의 작은 뉴욕’ 등이다. 한국에서 경험하는 미국 감성으로, 이를 발판삼아 역으로 미국 본토를 겨냥했다. 미국에 가장 먼저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 투자 유치 이후엔 태국,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협업 제안이 쇄도하는 중이라고 이 대표는 전했다.
또 하나, 이 대표가 중시하는 공간은 바로 압구정이다. GFFG의 브랜드들은 압구정 일대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이 대표의 사업 전략이다.
“압구정 로데오는 홍대, 강남 등과 같이 젊음의 상징이자 해외 거주 경험이 많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서양 문화가 빨리 전파되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미국식 외식문화를 표방하는 GFFG의 정체성과 잘 맞닿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는 “압구정 로데오가 지속적으로 젊은 세대를 이끄는 역할을 한 것처럼 GFFG 역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선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