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어마어마?” 볼펜 한 자루 3만원짜리로 만든 ‘이 청년’ 알고보니
MBC 예능 ‘나혼자 산다’에 출연한 김세동 작가(샘바이펜) [MBC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이 남자 손만 거치면, 볼펜 한 자루도 3만원 짜리가 된다.”

마치 ‘마이더스의 손’ 같다. 볼펜에 이 사람의 이름을 새기고, 이 사람 그래픽이 담긴 작은 피규어 2개를 더하니, 가격은 2만9000원이 된다. 휴대폰 케이스도 그의 작품을 더해 8만원 짜리 상품으로 나온다.

그는 ‘1초 완판’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 5월 한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 7점이 단 1초 만에 모두 팔렸다.

바로 일러스트레이터 샘바이펜(Sambypen), 김세동 작가다. 주류, 자동차, 액세서리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가장 콜라보레이션이 활발한 작가로 꼽힌다.

최근엔 문구기업 모나미까지 콜라보레이션에 합세했다. 모나미는 최근 대표 제품인 ‘플러스펜 3000’과 ‘153 시그니처 볼펜’ 등에서 샘베이펜과 협업한 상품을 출시했다.

제품은 2가지다. ‘헤이, 브라더 셀러브리티 펜&노트 키트’엔 모나미 프러스펜 3000 60색, 무지 제본의 노트 2권, 노트패드, 더스트백 등으로 구성됐다. 가격은 4만9000원이다.

‘헤이, 브라더 셀러브리티 펜 키트’는 더 간소하다. 모나미 153 시그니처 볼펜 하나와 샘바이펜의 그래픽이 담긴 작은 피규어 2개로 구성됐다. 가격은 2만9000원이다.

“수익 어마어마?” 볼펜 한 자루 3만원짜리로 만든 ‘이 청년’ 알고보니
[출처 무신사 홈페이지]

이 볼펜 몸통엔 샘바이펜이 적혀 있고, 피규어는 장식품처럼 볼펜에 부착할 수 있다. 물론, 볼펜 소재도 통상 익숙한 153 볼펜처럼 플라스틱이 아니라 메탈 소재이긴 하다.

이를 감안해도 볼펜 1자루와 소형 피규어 2개에 3만원이란 가격이 책정된 건, 김세동 작가의 이름값이 크다.

휴대폰 케이스도 있다. 유명 연예인들의 소셜네트워크(SNS)에 자주 등장하며 줄서서 찾게 된 휴대폰 케이스 ‘케이스티파이(CASETiFY)도 최근 샘바이펜과의 협업 상품을 선보였다.

지난 10월 출시와 동시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는데, 아이폰 기준 휴대폰 케이스 가격은 8만8500원.

“수익 어마어마?” 볼펜 한 자루 3만원짜리로 만든 ‘이 청년’ 알고보니
[케이스티파이 제공]

김세동 작가의 협업은 수입차 브랜드까지 이어진다. 바로 포르쉐다. 내년 3월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운영되는 포르쉐코리아의 팝업스토어의 외관을 김세동 작가가 담당했다. 과거 공장으로 운영되던 벽돌 건물의 1층에 화려한 컬러와 익살스러운 문구 디자인을 수놓았다. 내부에는 김세동 작가가 작업한 포르쉐 아트워크도 전시된다.

GS리테일은 카타르 월드컵을 겨냥해 한국 축구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한정판 원소주 스피릿을 내놓기도 했다. 김세동 작가는 ‘승리를 위하여, 하나를 위하여!(For the Won, To the One!)’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포장재를 디자인했다.

문구부터 주류, 장식품, 외제차까지. 그야말로 업종을 가리지 않는 콜라보다.

그의 작품 세계는 독창적인 패러디로 상징된다. 이른바 페이크 아트, 가짜 예술이다. 명화, 캐릭터, 유명 영화의 한 장면 등 익숙한 일상의 면면들에 그만의 해석을 덧입혀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이다.

“수익 어마어마?” 볼펜 한 자루 3만원짜리로 만든 ‘이 청년’ 알고보니
명화 ‘아르놀피니의 결혼식’(오른쪽)과 이를 패러디한 김세동 작가의 작품

그는 폴란드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와 마크 제이콥스, 톰 포드, 알렉산더 왕 등 유명 디자이너들을 배출해낸 파슨스디자인스쿨을 다니다 그만뒀다. 한국으로 넘어온 뒤 2015년 첫 개인전에서부터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 5월 ‘아트부산 2022’에 출품한 작품 7점도 1초만에 동이 났다.

만으로 서른인 김 작가는 현재 3년치 주문이 밀려있을 정도라고 한다.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스피커 소속 인플루언서로도 활동 중이다.

작년엔 웹툰 작가 기안84가 김 작가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MBC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서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