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65%, 국가가 상속 받나” 故김정주 상속세 내려다 빚더미 이자 폭탄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넥슨 제공]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6조원 상속세에 이자 부담까지”

지난 2월 미국에서 별세한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이 6조원에 달하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대출 이자 ‘폭탄’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주식담보대출로 상속세를 조달하기로 한 가운데, 최근 글로벌 금리 인상의 여파로 대출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가가 상속 받냐’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상속세에 금리인상으로 인한 이자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국내의 과도한 상속세율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고(故) 김정주 창업자의 부인 유정현 NXC 감사와 두 딸은 지난 8월31일 6조원 가량의 상속세를 신고하고 첫 납부를 마쳤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일본 도쿄 증시에 상장된 넥슨(NEXON·ネクソン) 지분을 담보로 일본 금융사에서 약 7000억원 규모의 엔화 대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한국보다 일본이 기준금리가 낮지만,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로 일본 역시 금리 인상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김 창업자의 유족 역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는 지난 20일 10년물 국채금리 변동폭 상한을 기존 0.25%에서 0.5%로 확대했다. 사실상 장기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일본이 초저금리 정책에서 선회하는 신호탄으로 읽히면서 대출금리 인상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김 창업자의 유족으로선 65%에 달하는 상속세율에 이자 부담까지 더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상속세 65%, 국가가 상속 받나” 故김정주 상속세 내려다 빚더미 이자 폭탄
경기도 판교 넥슨 사옥. [넥슨 제공]

넥슨은 주식 배당금을 활용할 수 있는 여력도 부족한 상태다. 통상 상속세 납부 시 주식담보대출과 함께 주식배당금도 활용되지만 넥슨의 경우 삼성그룹 등에 비하면 매년 발생하는 배당수익이 제한돼 상속세 부담을 낮추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상속세를 현금 대신 주식으로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상속세법은 국공채, 상장 주식, 국내 소재 부동산으로도 상속세 납부가 어려울 경우 비상장 주식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서 태광실업 창업주인 고(故) 박연차 회장의 재산을 물려받은 일가가 6000억원 이상의 상속세 중 절반인 3000억원 가량을 비상장 주식으로 납부하기로 한 바 있다.

나아가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인한 넥슨 매각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당초 일각에선 김 창업자 유가족이 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매각 대상으로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까지 거론됐다. 유가족은 일단 기업을 승계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상황에 따라 자칫 한국 게임산업의 자존심 넥슨이 중국 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처럼 금리인상 기조 속에 피상속인의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서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창업자 유족에게 매겨진 상속세율 65%는 기본 상속세율 50%에 최대주주(보유지분 50% 이상) 할증이 붙은 수치다. 유산이 10조원이면 상속세는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받는 사람이 실제로 받는 이익에 비해 과도한 세율을 적용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며 상속세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상속세 손질을 처음으로 공언한 가운데 정부는 해외 조사와 태스크포스(TF) 구성, 연구용역 발주 등 사전 조사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