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으로 보증금 반환 사고 매달 증가
수백억원 단위 보증금 미반환 사례도 속출
“주택담보대출 규제 풀어 문제 해결해야”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고금리 여파로 전세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부동산업계 종사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최대한 늦게 돌려줘라'고 주대임대사업자들을 부추겨 세입자들의 시름이 늘고 있다.
26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전세금 절대 돌려주지 말라'라는 제목의 한 부동산업계 종사자의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작성자는 "지금 세입자들이 도망갈 눈치는 보고 있는데, 절대로 보증금을 내주지 말라"며 "돈을 주기 시작하면, 손실을 매꾸지 못한다. 폰을 끊고 소장이 날아 올 때까지라도 몇개월을 버텨라"라고 했다.
실제 이런식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들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 보증 사고 금액은 1862억원에 달한다. 지난 10월 1526억원 대비 336억원이 늘었다. 보증 사고는 8월 1089억원 이후 계속해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백억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세입자들에게 가장 많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례는 개인 1명이 646억원(293건)의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어 ▷600억원(254건) ▷581억원(286건) ▷533억원(228건) ▷440억원(182건) ▷415억원(195건) ▷387억원(207건) 등이었다.
일각에서는 임대사업자들이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도록 전세퇴거용 주택담보대출을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2020년 6·17대책으로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됐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임대인, 임차인뿐만 아니라 모두가 피해가 보는 상황"이라며 "임차인의 임차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만큼은 풀어줘야 한다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