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아이고, 이게 왜 안 돼. 오, 큰일났다."
지난달 초 강원 강릉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했다. SUV가 수로에 빠진 탓에 60대 운전자는 크게 다쳤고, 10대 손자는 사망했다. 운전자와 가족은 자동차 제조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2일 이들 가족과 변호인 측은 이번 사고는 자동차의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였다며 제조사의 책임을 묻기 위한 소장을 10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6일 오후 3시59분께 강릉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68세 여성 운전자가 몰던 SUV가 수로에 빠졌다. 이 차량은 갑자기 '웽'하는 굉음과 함께 흰 액체를 내보이며 30초 이상 600m를 주행한 후 사고를 겪었다. 앞선 차들을 피해 달리던 중 왕복 4차로 도로를 넘어간 뒤 추락한 후에야 멈췄다.
사고 차량 블랙박스에는 당시의 급박한 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운전자가 "아이고, 이게 왜 안 돼. 오, 큰일났다"라고 하는 목소리가 녹음된 것이다. 이번 사고로 인해 68세 여성 운전자는 크게 다쳤다. 12살 손자는 사망했다.
가족과 변호인 측은 자율주행 레벨2 차량인 이 차에 주 컴퓨터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결함, 가속제압장치(ASS)를 채택하지 않은 설계 결함, 자동긴급제동장치(AEB)가 작동하지 않는 결함, 충돌을 견디는 능력이 결여된 지붕(루프)을 장착한 설계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운전자 가족은 "국내 급발진 사고 대부분을 운전자 과실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차량이 급발진하는 와중에도 운전자가 최소 2차례 충돌회피 운전을 한 건 페달 오작동 같은 운전자 과실이 아니라 자동차를 통제하며 운전을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웽'하는 굉음과 흰 액체가 튀어나온 일 등도 차량 결함을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운전자 가족은 "앞으로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 입증책임은 제조사가 해야 하고 급가속을 막을 수 있는 가속제압장치 도입, 급발진 시 자동긴급제동장치가 작동되도록 입법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가족과 변호인 측은 이번 차량 급발진 건으로 운전자의 12살 손자가 사망했기에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중대시민재해에 해당, 징벌적 손해배상책임도 물었다고 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사고 차종과 같은 차종으로 재연 실험을 하는 등 사고 조사를 하고 있다. 국과수에서 진행한 정밀 감식 결과는 이르면 이달 중순께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