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헬스장이나 식이요법 대신 주사로 살 빼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아니, 이미 왔다.
과도한 비만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약이지만, 요즘은 좀 살이 쪘다 싶은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물론, 가격은 결코 싸지 않다. 좀 효과가 있으려면 주사 1회 당 150만원에 이른다. 그래도 인기는 대단하다. 서구화된 식습관 등 비만 인구가 늘면서 향후 약으로 살 빼는 비만치료제 시장도 급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시중에서 살 빼는 주사로 잘 알려진 제품은 ‘삭센다’다.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했다. 지난 2015년 출시됐는데 글로벌에서 연간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삭센다는 원래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비만 환자나 당뇨병, 고혈압 등을 가진 과체중 환자의 식욕 억제용으로 개발됐다. 임상시험을 통해 체중의 약 5%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이다. 하지만 식욕억제란 효과 때문에 비만이 아닌 일반인 사이에서도 크게 화제를 낳았다. 지금도 일부 병·의원들은 ‘살 빼는 주사’, ‘신개념 다이어트 주사’ 등으로 이를 크게 홍보하고 있다.
삭센다는 1개당 12만~15만원 수준이다. 설명서 용량 등을 보면 한 달 기준 약값이 약 70만원 정도 필요하다.
삭센다를 사용하고 있다는 회사원 이모(52)씨는 “그 전에는 아무리 해도 식욕이 제어되지 않았다. 확실히 삭센다를 맞은 이후엔 입맛이 떨어졌다”며 “별다른 노력없이 자연히 살이 빠지게 됐다. 비용은 부담되지만 효과가 확실하니 만족한다”고 말했다.
삭센다에서 효과가 향상된 비만주사도 이미 나왔다. 지난 2021년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위고비’다. 이 역시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했다.
삭센다는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만 주사하면 된다. 효과는 더 좋다. 14개월 동안 진행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위고비를 맞은 대상자의 평균 체중이 1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도 비싸다. 이미 시판 중인 미국에선 위고비 가격이 삭센다의 10배 수준. 국내도 통상 미국의 가격을 참고한다. 국내 출시되면 개당 150만원 수준이 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위고비는 고가임에도 개선된 효과 탓에 출시 3개월 만에 삭센다 처방 건수를 돌파했다. 국내에서도 현재 허가를 앞두고 임상 3상을 진행 중인데, 이르면 올해 안에 국내 판매가 이뤄질 전망이다.
위고비보다 더 효과가 향상된 제품까지 개발되고 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마운자로’다. 아직 미국에서도 허가 전이지만 개발사가 밝힌 임상 결과에 따르면 마운자로의 체중 감소율은 최대 22.5%로 위고비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비만 인구가 늘면서 비만 관련 치료제는 급성장하고 있다. 리서치앤드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21년 32억달러에서 2030년 540억달러까지 커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살이 빠지는 효과가 있지만 삭센다의 경우 메스꺼움, 구토, 설사와 같은 부작용을 명시하고 있다”며 “살을 뺀다고 무턱대고 사용하기 보다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부작용 등을 염두해 두고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