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작년에 살까 고민했던 노트북이 60만원까지 떨어졌더라고요.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재택근무를 해서 겸사겸사 살까 했는데…요새 물가도 올라서 지출 줄이려고요.” (30대 직장인 A씨)
“초등학교 원격수업을 한다고 해서 큰맘 먹고 아이들 데스크톱 장만했는데 앞으로 몇 년은 써야죠. 요새 할인 많이 해서 아쉽긴 하지만 절약해야죠.” (40대 주부 B씨)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PC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코로나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원격수업 등 수요 증가로 가파르게 성장했으나 최근 들어 성장세가 꺾였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 절벽’이 현실화하면서 PC업체들의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시장조사업체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완제PC(노트북+데스크톱)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7% 급감한 92만대에 그쳤다. 지난해 연 출하량은 578만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4.7% 감소했다. 2018년 이후 4년 만의 역성장이다.
이 가운데 가정용 PC 출하량이 전년 대비 15.8% 줄어들며 전체 감소세에 영향을 미쳤다. 기업, 공공 시장 출하량은 각각 1.7%, 3.4% 줄었다. 한국IDC는 “기업 투자와 소비자 지출 감소, 판매 채널 재고 증가에 따른 출하량 감소, 기업 발주량 감소 등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PC업계는 수요 부진을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28.5% 감소했다. 시장점유율 1위인 레노버, 2위인 HP의 출하량은 각각 28.5%, 29%에 그쳤다. 3위인 델은 37.2%를 기록해 감소폭이 가장 컸다. 가트너는 “시장 조사를 시작한 1990년대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시장이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호황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PC 생산량을 늘렸던 업체들은 기존 재고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업체들이 쌓인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할인 경쟁을 벌이면서 PC 가격 하락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짐 수바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올 상반기 PC 재고가 넘치는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PC 출하량은 올해 6% 줄어든 뒤 내년에야 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