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필요없고 원산지 못 속이고” 과일에 ‘문신’처럼 이름 새긴다 [지구, 뭐래?]
농산물 레이저 라벨링 시연 [다윈테크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과일 표면에 ‘레이저 문신’을 새겼다. 물론, 문구는 바꿀 수 있다. 왜 굳이 과일에 이런 일을 벌일까?

일반적으로 과일을 구매하면 꼭 나오는 게 있다. 바로 포장재다. 랩이든 비닐이든 과일을 구매하면 포장재 쓰레기가 꼭 따라온다.

포장재가 없는 과일은? 이 과일 원산지가 어딘지, 얼마나 좋은지 정보가 아예 없다. 그래서 나온 묘안이 바로 ‘레이저 라벨링’이다. 농산물의 표면에 상품 정보를 새기면,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 포장재를 쓸 필요가 없고 소비자에 꼭 필요한 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

“포장 필요없고 원산지 못 속이고” 과일에 ‘문신’처럼 이름 새긴다 [지구, 뭐래?]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수용 사과. 스티로폼으로 한겹 싼 뒤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있다. 주소현 기자

국내에서 개발 중인 기술이다. 농산물 전용 레이저 라벨링 자체 기술 개발이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한국광기술원과 3D기술 솔루션 업체 ㈜다윈테크가 2021년 6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기술 연구 중이다. 이미 상당부분 연구도 끝났다. 껍질이 비교적 두꺼운 오렌지부터 깨지기 쉬운 달걀까지 레이저로 글자를 새기는 데에 성공했다.

“포장 필요없고 원산지 못 속이고” 과일에 ‘문신’처럼 이름 새긴다 [지구, 뭐래?]
농산물 레이저 라벨링 시연 [다윈테크 제공]

레이저 라벨링 기술은 농산물이 상하지 않으면서 정보를 새기는 게 관건이다.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만 농산물 표면, 껍질을 아주 얇게 태워야 한다. 자칫 농산물에 흠집 나면 유통 기한이 짧아지는 등 상품성이 훼손된다.

감자나 고구마처럼 비교적 단단한 구황작물부터 표면이 무른 바나나, 껍질이 얇은 배나 사과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쉬운 기술이 아니다.

형태와 크기가 제각각인 농산물의 한 가운데에 정보를 넣는 것도 중요하고, 한번에 많은 양의 농산물을 자동으로 처리해야 한다. 단가를 낮추고자 농산물의 지름을 감안, 카메라나 각인 장비의 높이를 조절하는 식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했다.

“포장 필요없고 원산지 못 속이고” 과일에 ‘문신’처럼 이름 새긴다 [지구, 뭐래?]
네덜란드 식품무역회사 에오스타는 2017년 레이저 라벨링 기술을 개발했다. [에오스타 홈페이지]

이 기술 개발의 최종 목표는 농가 보급이다. 이 기술은 이미 해외에선 실제 유통과정에 쓰이고 있다. 문제는 장비 가격에 최대 수억원대에 이른다는 점. 이에 국내에선 2000만원 이하 단가로 가격 경쟁력을 맞춰 농가 보급을 준비하고 있다.

박대원 다윈테크 대표는 “나주 신고배, 장수 사과 등을 박스 채 들여놓고 물리도록 먹을 만큼 연구했다”며 “포장 쓰레기를 줄이고, 인증 스티커 등이 위조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포장 필요없고 원산지 못 속이고” 과일에 ‘문신’처럼 이름 새긴다 [지구, 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