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스페인)=박로명 기자] “오 노, 암 쏘리”
지난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 샤오미 전시관. 20여명의 관람객들은 샤오미의 4족 보행 로봇 ‘사이버독’을 시연하는 모습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봤다. 샤오미 직원은 원격으로 사이버독을 작동하며 “사이버독은 굉장히 예의가 바르다”면서 관람객과 인사를 시켰다.
그러자 사이버독이 뒷발로만 일어선 채 강아지처럼 두 앞발을 흔들며 묘기를 부렸다. 5초간 자세를 유지하는듯 하더니 갑자기 뒷발부터 주저앉으며 ‘쾅’ 소리와 함께 뒤로 엎어졌다. 관람객들은 실망한 듯 야유를 보냈고, 직원은 민망한 듯 “아임 쏘리”를 연신 반복했다. 바퀴벌레처럼 뒤집힌 사이버독은 끝내 혼자 일어서지 못했다.
직원은 아무렇지 않은 듯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난다”며 조심스럽게 사이버독을 뒤집었다. 그는 “다시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이번엔 원격 조정에 문제가 생겼다. 몇분 간 진땀을 흘리며 스마트폰을 조작하던 직원은 “10분 후에 오겠다”며 조심스럽게 사이버독을 안아들더니 사라졌다. 곧 관람객들도 흩어졌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는 지난 2021년 야심차게 이 로봇을 선보였다. 카메라·GPS모듈·접촉 센서·초음파 센서 등을 탑재한 사이버독은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장애물을 피할 수 있다. 실제 개처럼 주인을 따르는 등 ‘반려견’과 같은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최고 주행 속도는 초속 3.2m다.
스마트폰과 전용 리모콘으로 작동이 가능하고 AI 음성 인식 기능을 탑재해 주인의 목소리로 통제가 가능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조종할 수 있다. 샤오미 직원은 “사이버독은 주인의 얼굴과 자세를 식별하고 추적할 수 있다”며 자랑스럽게 사이버독을 소개했다.
이번 MWC 2023 행사에 앞서 레이쥔 샤오미 CEO(최고경영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이버도그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사이버원’ 공개를 예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사이버도그와 사이버원은 샤오미 전시장 한편의 공간에 박제된 채 서있었다.
관람객들은 직접 로봇을 만져보거나 작동할 수 없었다. 사이버원은 전시 기간 내내 서있기만 했고, 그나마 시연이 가능한 사이버도그는 시연 때마다 빈번하게 오류를 냈다. 샤오미 직원들은 버릇처럼 “아임 쏘리”를 반복했다. 한 직원은 “사이버도그는 백플립(공중제비)을 할 수 있다”고 말해 기자가 직접 보여 달라고 요청하자 “여기선 위험해서 안 된다”고 했다.
사이버독은 외관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Spot)과 유사하나 성능은 크게 못 미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미국 로봇 전문업체로 샤오미에 앞서 2020년 4족 보행 로봇을 출시했다. 주로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스팟은 위험한 광산 조사부터 진료 보조, 순찰 등 여러 환경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샤오미는 사이버독의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스팟의 초기 출시 가격은 7만4500달러(약 9900만원)인 반면, 사이버독의 가격은 9999위안(약 190만원)으로 저렴해서다. 샤오미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스팟처럼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기 어려운 이용자를 대상으로 저가에 공급하고 있다.
샤오미 직원은 “사이버독의 주 고객은 기업들”이라며 “오픈소스 기반으로 개발돼 사용자가 로봇을 원하는 대로 맞춤 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