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직원 구하기 너무 힘드네. 차라리 로봇이 있다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순두부식당을 열었다. 그런데 툭하면 직원이 그만두니 사장이 직접 뛰어들어야 했다. 힘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바로 서빙로봇이다.
이 아이디어가 하정우(46) 베어로보틱스 대표의 삶을 바꿔놨다. KT, 롯데를 비롯해 다수의 기업에서 쓰이는 서빙로봇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금도 1600억원에 이른다. 엔지니어 출신의 이력에 직접 식당을 운영한 경험이 더해진 결과다.
베어로보틱스는 하 대표가 지난 2017년 설립한 세계 최초 자율주행 서빙로봇회사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하 대표는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과 구글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우연히 지난 2016년 실리콘밸리에서 순두부식당을 열게 됐는데 식당 운영이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고. 수시로 직원이 그만두니 본인이 직접 서빙을 해야 했다. 본인의 전공을 살려 서빙로봇 개발에 착수한다. 이어 2017년 세계 최초 자율주행 서빙로봇 '페니'를 만들었다.
미국 시장을 경험한 것도 행운이었다. 인건비가 워낙 높은 탓에 서빙로봇은 큰 관심을 끌었다.
미국은 인건비가 높기로 유명하다. 2월 말 기준 미국 레스토랑 서빙 직원의 월평균 인건비는 2346달러(310만원) 정도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일부 지역에선 식당 설거지 담당 직원의 시급이 17달러(약 2만2400원)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으로 따지면, 470만원에 이른다.
미국 외식업계 최대 규모 박람회에 참가한 베어로보틱스는 280만달러(약 33억원) 투자를 유치한다. 2020년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주도로 370억원 투자 유치까지 받았다.
지난해 사모펀드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 주도로 1000억원의 투자를 받는 등 현재 총 유치한 투자금은 1650억원에 이른다.
베어로보틱스는 현재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 미국 직원이 110여명, 한국에도 80명이 근무 중이다. 한국에선 2019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1만여대 서빙로봇이 판매됐다. 국내에서는 KT, 롯데와 같은 대기업은 물론 파리크라상, 라그릴리아, 몽중헌, 서리재, 짬뽕지존 등이 도입했다.
베어로보틱스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보통 렌털로 많이 사용하는데 월 렌털비는 50만~60만원대”라며 “서빙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닌 힘든 일(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등)을 대신해 직원들은 업무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 서비스에 더 신경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화성 탐사기술을 적용한 신제품 '서비플러스'가 출시됐다. 이 서빙로봇은 기존 로봇보다 더 커 트레이(접시)를 4개까지 나를 수 있다. 국물음식이 많은 한국 음식을 나르기 좋게 설계됐다고 한다.
이 밖에 베어로보틱스는 문 앞까지 찾아가는 배송로봇 ‘서비 리프트’와 방역로봇 ‘서비 에어’도 개발했다.
한편 서비스로봇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전 세계 서비스로봇시장은 2021년 362억달러(약 48조원) 규모다. 앞으로 연평균 23% 성장해 2026년이면 1033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하 대표는 “단순히 서빙로봇을 넘어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로봇을 통해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는 것이 우리의 경영철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