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주공6 전용 53㎡ 전세 2.6억
강남구 전세 매물 8380건으로 늘어
강남 전세가율 다섯 달째 하락 지속
신축 단지도 전셋값 하락세 못 피해
구축은 전세금 내려 계약 갱신하기도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강남 아파트가 입주장 영향에 10년 전보다도 저렴한 수준으로 전세 계약을 맺는 사례가 나오는 것은 물론 호가도 주춤한 분위기다. 인근 신축 아파트도 전세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구축 아파트는 전세금을 내리면서까지 세입자 붙잡아두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에 강남구 전세가율(아파트 매매 대비 전세가 비율)은 5개월째 떨어지며 40% 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가 단지 내 어린이집 관련 소송으로 입주가 중단돼 강남 전세 시장의 혼란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개포주공5단지 전용 61㎡는 지난 9일 3억2000만원(7층)에 새로운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가구는 지난 2011년 9월 당시에는 3억50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들인 바 있다. 10여년 전보다도 전세 가격이 더 떨어진 셈이다. 개포주공6단지 전용 53㎡도 지난달 22일 2억6000만원(3층)에 전세 계약서를 썼는데, 해당 아파트는 지난 2013년 10월 당시에는 3억원에 전세 거래를 맺은 바 있다.
이는 바로 인근에서 지난달 말부터 3375가구에 달하는 개포자이프레지던스의 입주가 시작된 영향이다. 신축 전세 물량이 쏟아지다 보니 인근 구축 아파트 전셋값은 곤두박질 중이다. 개포주공5단지의 경우 현재 전용 61㎡ 전세 매물 호가가 최근 실거래가보다 낮은 2억5000만원부터 시작하고 있다. 개포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입주 단지보다 전세 가격이 더 떨어지며 2억원대 전세 물건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입주 후 5년이 안 된 신축 단지 전셋값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2021년 7월 입주한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 103㎡는 지난달 13억원(20층)에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2021년 12월에는 동일 평형이 21억원대에 전세 계약서를 쓴 바 있다. 2019년 2월 입주한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는 올해 신규 전세 거래 2건 모두 10억원에 체결됐는데, 이는 지난해 1월 최고가 17억2500만원(1층)과 비교해 40% 이상 내린 가격이다.
구축아파트의 경우 세입자가 귀한 몸이 되며 계약 갱신을 위해 전세금을 더 깎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우성8차 전용 79㎡ 집주인은 지난달 전세 계약을 갱신하며 전세금을 8억원에서 5억5000만원(4층)으로 내렸다. 우성3차는 지난달 전용 133㎡도 전세 계약을 1억원 내린 7억4000만원(8층)에 갱신했다. 개포주공7단지 전용 73㎡은 전세 계약을 2400만원 내린 4억8000만원에 갱신했다.
전세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경향이 강해, 당분간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은 큰 폭의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18년 12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입주 전후로도 서울 동남권 전세 가격이 맥을 못 춘 바 있다. 951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 입주에 인근 지역 전세 가격이 크게 흔들린 것이다. 이달 12일 기준 강남구 전세 매물은 8380건으로 1년 전(5302건) 대비 58%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자 강남구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째 하락세를 기록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 전세가율은 42.53%로 전월(44.12%) 대비 더 떨어져 40%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달 51.23%를 기록, 지난 2012년 5월(51.9%) 이후 최저 수치를 기록하며 50% 선이 무너질 조짐이다.
한편 강남에서는 전셋값 하락이 집값 하락을 견인할 여지는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강남권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전셋값이 결정되는 지역”이라며 “강남 3구의 경우 (단기 갭투자가 아닌) 소유 수요가 탄탄해, 전세 가격에 집값이 영향을 가장 덜 받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