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비트코인이 단숨에 2만4000달러를 회복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과 시그니처은행 등 기존 금융권의 사고로 시스템의 취약성이 노출되면서 비트코인이 대체자산이자 ‘디지털 금’으로서의 역할을 강화, 오히려 상승의 발판이 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오전 7시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13% 이상 급등한 2만423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는 316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더리움도 급등해 코인마켓캡에서 전날보다 8% 이상 오른 1670달러(업비트에서는 219만원)를 가리키고 있다.
그동안 가상자산 낙폭이 컸을 뿐 아니라 미국 은행이 흔들리면서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분석했다.
가상자산 전문업체 펀드스트랫의 디지털 자산 전략 책임자인 신 폐럴은 “비트코인 랠리는 일부 투자자들이 중앙은행 시스템의 취약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중앙은행의 취약성과 비트코인을 믿는 투자 집단이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인데스크는 또 ‘숏 스퀴즈’가 비트코인 급등에 일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숏 스퀴즈는 주가가 상승할 때 숏(매도) 포지션을 취했던 투자자들이 숏 포지션을 커버하기(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SVB 사태로 미국 빅스텝(50bp 금리인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가상자산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글로벌 경제를 짓누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잇따른 지역은행 파산을 계기로 잠시 쉬어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기준금리 선물 시장에서 3월 연준의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62%로 집계됐다. 지난주 초반까지 대세였던 빅스텝 전망은 완전히 사라지고, 대신 동결 전망이 38%로 올라왔다. 심지어 연내 상당폭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투자자도 늘어났다. 골드만삭스도 연준이 3월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해 시장의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