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아이폰, ‘비싸도 너무 비싸’ 불만에도…불티나게 팔렸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오히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며 전체 점유율의 4분의 3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1% 증가한 2억5200만대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로, 전체 매출에서 절반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도매가격이 600달러(약 78만원)를 초과하는 스마트폰을 의미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고소득층 고객은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았다”면서 “스마트폰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으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고가 스마트폰을 찾는 경향도 생겼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전 세계 프리미엄 시장의 절반 이상을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애플이 전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삼성전자(16%), 화웨이(3%), 샤오미(1%)순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중국 봉쇄 등으로 ‘아이폰14 프로’와 ‘아이폰14 프로맥스’ 모델의 생산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다면 고가 스마트폰이 더 많이 팔렸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애플은 고급 모델과 일반 모델을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구매력이 높은 젊은 세대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은 5% 감소했다. 중국 시장에서 입지가 약하고 갤럭시 S22 시리즈 출시가 늦어졌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다만 폴더블(접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은 긍정적 요소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플립’ 등으로 폴더블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 세계 시장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경쟁하는 업체는 사실상 애플과 삼성뿐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중저가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 했지만,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화웨이와 샤오미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44%, 40% 감소했다.
‘비싼 값을 주더라도 최고급 제품을 오래 쓰겠다’는 스마트폰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선 애플과 삼성전자가 중간 가격대 스마트폰을 단종시키고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갤럭시 언팩 2023’ 행사에서 올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를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카운터포인트는 “애플의 높은 브랜드 가치 등으로 인해 신흥국에서도 아이폰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올해 더 많은 업체들이 프리미엄 부문에서 폴더블 기기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안드로이드가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