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게임 하기 위해) 방송 접어야겠네” (백종원)
서울 왕십리. 새벽 길바닥에 사람들이 그냥 자리를 깔고 누웠다. 주최 측도 사람을 세다가 포기했다. 동틀 무렵 모였던 인원은 대략 3000명 이상으로 추산됐다.
비까지 내리자 우산에 우비까지 챙기고 밤새 노숙한 이들. 이들이 기다렸던 건 바로 ‘디아블로3’였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이다. 이 ‘악마의 게임’이 곧 돌아온다. 이미 열기는 뜨겁다. 오픈 서비스에 대규모 게이머가 몰렸고, 고사양에 대비하려는 유저 수요로 벌써부터 PC 부품 시장까지 들썩인다.
널리 알려졌듯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도 유명한 디아블로 마니아다. 2021년 디아블로2 에디션이 출시되면서 블리자드가 백 대표를 초대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고, 이에 백 대표가 “방송 접어야겠다”고 응답해 화제였다.
한때 직장에서도 ‘디아블로 금지’를 경고할 만큼 폐인을 양산했던 이 게임, 디아블로4가 6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디아블로3가 출시된 건 지난 2012년 5월 14일. 게임을 구매하려는 수천 명 게이머가 밤새 몰려 화제였다. 당시 블리자드 측은 “1인당 2개까지 구매할 수 있다고 공지했지만 여전히 기다리는 인파가 많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계속 인파가 몰리자 더는 현장에 오지 말아 달라는 공지까지 긴급 배포할 정도였다.
디아블로는 소위 ‘악마의 게임’으로 불린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해서다. 사실 디아블로(Diablo)란 이름부터 악마란 뜻의 스페인어다. 10여년 만에 새로 출시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관심도 뜨겁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출시를 앞두고 최근 두 번의 주말 동안 오픈 베타 테스트(OBT)를 실시했다. 역대 최대규모로 진행된 OBT에서 게이머들의 총 플레이 시간만 약 6156만 시간에 달했다. 이 기간 게임 내에서 처치한 괴물 수만 292억 마리다.
PC방 업계도 기대에 부풀어 있다. 코로나 여파로 폐업 위기에 직면한 PC방 업계는 최근 펜데믹 이후 다시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 1분기 전국 PC방 이용률은 전년 동기 대비 7%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서울 마포구 한 PC방 업주는 “디아블로 출시만 기다리고 있다. 30분 단위로 이용하는 중고등학생과 달리 디아블로는 직장인이나 대학생 위주라 한번 하면 2시간 이상은 기본”이라고 전했다.
이 뿐 아니다. PC부품 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가격비교 서비스 다나와에 따르면, 3월 하순 주요 PC부품 10개 품목 거래액이 전년 대비 16% 상승했다. CPU나 SSD, D램 등이다.
다나와는 해당 기간 디아블로4 테스트가 진행된 여파로 분석했다. 다나와 측은 “그동안 PC 업그레이드를 미뤘던 대기 수요자들이 디아블로4를 계기로 PC 부품 구매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기업들은 긴장해야 할지 모른다. 과거 디아블로가 출시될 때마다 꼭 사회적으로 일었던 논란이 ‘직장인 폐인’, ‘직장인 게임 재테크’ 등 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디아블로3 출시 때에도 “퇴근 후 밤새 게임하고 출근했다”는 직장인들의 사연이 언론에 집중 조명된 바 있다. 게임으로 얻은 아이템을 고가로 파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블리자드는 이번 테스트 기간을 거쳐 출시 전까지 보완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방한한 로드 퍼거슨 디아블로 총괄 매니저는 “오픈 베타에서 문제점을 찾고 정식 출시 이후 문제가 되지 않도록 최종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