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이탈리아 최고 미인을 선정하는 '미스 이탈리아' 대회가 뜻밖의 상황을 맞이했다.
트랜스젠더 남성들이 대거 신청서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주최 측이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만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고 밝히자,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으로 성을 바꾼 성전환자'들이 집단행동으로 반발 뜻을 보인 것이다.
지난 8일 '미스 네덜란드' 대회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이 우승했다. 이후 이탈리아에선 남성으로 태어난 트랜스젠더 여성을 미인 대회에 참가시킬 것인가를 놓고 논쟁이 빚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맞붙자 '미스 이탈리아' 대회를 주최하는 파트리치아 밀리리아니는 "최근 미인 대회는 터무니없는 전략을 갖고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규정에는 선천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만 참가할 수 있다고 쓰여있다"며 "이는 매우 오래된 규정이다. 우리는 항상 이를 지켜왔다. 미래에는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지만, 현재로는 규정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자 성소수자 단체들은 "구시대적"이라며 항의했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열리는 '미스 이탈리아' 지역 선발 대회에서 트랜스젠더 남성들의 참가 신청서가 쇄도한 일 또한 이 때문이었다. 100명 넘는 트랜스젠더 남성이 지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라치오 지역 예선 담당자인 마리오 고리는 "지금껏 약 600명 넘는 참가 신청을 마쳤다"며 "네덜란드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이 우승한 후 성전환 여성의 신청서가 접수됐지만, 규정상 참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여성으로 태어났기에 참가 자격이 있다지만, 남성의 신체 특징이 담긴 사진을 제출한 일부 신청자도 있었다"며 "우리는 이들에게 연락해 대회 참가 여부를 확인했다. 아직 답장은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미스 이탈리아' 주최 측에 문의한 결과 '여성으로 태어났으면' 트랜스젠더 남성도 대회에 참가는 할 수 있지만, 심사 기준은 여성의 아름다움이 될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