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데다 맛까지 좋아

고물가에 ‘못난이 농산물’ 찾는 손길 늘어나

고물가에 ‘가성비’ 못난이 농산물 인기…농가도 ‘활짝’
서울의 한 대형마트 매대에 못난이 사과가 진열돼 있다.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사건팀 박지영·박지영 기자] #. 정모(26)씨는 얼마 전 못난이 농산물을 파는 업체인 ‘어글리어스마켓’에서 미니단호박과 미니 새송이버섯, 양파와 토마토를 구입했다. 채소‧과일가격이 오르면서 가격도 부담됐고,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이 버려진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정 씨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데는 지장이 없는 품질 좋은 야채와 채소의 낭비가 아까워서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하게 됐다”며 “채소와 과일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고 했다.

고물가에 농산물 값이 오르면서 못난이 농산물을 찾는 손길이 늘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이란 모양이 울퉁불퉁하고 흠집이나 멍이 있는 농산물을 뜻한다. 고물가에 물가가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줄어들면서,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면서도 맛까지 있는 ‘가성비’ 상품을 찾는 것이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7로 전월대비 3.4%P 떨어졌다. CCSI 지수가 100보다 크면 경제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기대심리가 퍼져있다고 볼 수 있으며, 적으면 비관적인 심리가 퍼져있다고 볼 수 있다.

차례상에는 ‘특상품’ 사과‧배가 주로 오르지만 못난이 농산물의 인기는 여전했다. 김영민 못난이마켓 대표는 “8월까지 약 1500건이 거래됐는데, 9월 17일까지는 2000건이 넘었다”며 “추석을 맞이해 준비한 5kg 사과와 곶감, 샤인머스켓은 추석 일주일 전인 20일 품절됐다”고 했다. 시중 5kg에 4만원을 넘어가는 사과를 이 앱에서는 3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물가에 ‘가성비’ 못난이 농산물 인기…농가도 ‘활짝’
롯데마트에 상생 파프리카가 진열돼 있다. [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의 ‘상생 채소‧과일(못난이 농산물)’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상생배와 사과, 파프리카 등은 지난 21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며 “물가가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맛난이 농산물’을 출시한 홈플러스에서도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인기는 꾸준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전년 동기 대비 당근은 74%, 고구마는 71% 매출이 증가했다”며 “고물가 시대에 일반 상품보다 2~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못난이 농산물이 상품성을 얻으면서 농가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충남 아산에서 배를 재배하는 방모(30)씨는 “작년에 선물용으로 질이 좀 더 좋은 배를 구매하셨던 분들도 올해는 가격대가 부담스러우신지 못난이 배를 구매하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며 “주문의 90% 이상은 못난이 배 상품”이라고 했다. 경상북도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음병욱(52)씨는 “나무에 좋은 사과만 달리지 않으니까 흠과도 온라인 판매를 하거나 직접 판매를 해야 하는데, 못난이 과일이 인기를 얻으면서 버리는 사과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