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2인자, 尹·韓 정치적으로 ‘결별’ 시사

당내, 친윤계 또다시 당권 개입 비판도

한동훈 “당은 당의 일, 정부는 정부의 일”

尹·韓 ‘정치적 결별’?…당내 “용산과 수직관계 인정한 꼴” 자충수 비판 [이런정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신현주·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건희 리스크’, 공천권 등을 놓고 충돌하는 모양새에 국민의힘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태를 놓고 개선되지 않는 대통령실과 당의 수직관계가 자리잡고 있다는 진단도 뒤따른다. ‘김경율 밀어주기’ 논란으로 인한 ‘사천(私薦)’ 우려가 표면적 이유지만,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한 위원장 반응에 대통령실이 강한 실망을 표출한 것이 근본적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하라는 뜻을 전달했다. 당정 간 소통은 통상 정무수석이 담당하는데, 대통령실 2인자 비서실장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결별’했다는 시각이 중론이다. 양측은 이에 대한 추가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5번째 토론회에 불참했다. 한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사퇴를 거부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참모진들 사이에서는 ‘윤-한 갈등설’을 둘러싼 우려는 있었지만 사퇴요구라는 극단적 상황까지는 예상치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사퇴 요구 보도와 관련해 “비대위원장 거취는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철회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한 위원장은 이날 ‘당정 간 신뢰가 깨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여러 시각이 있지만 당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부는 정부의 일은 하는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이후 진행된 비대위 회의에서도 당정 갈등에 대한 언급 대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비대위 회의 후 브리핑에서 별도 입장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날 경북 지역구 의원들 모임이 예정돼 있었지만 취소됐다.

당내에서는 친윤계 의원들 일부가 ‘무리수’를 던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궐위부터 김기현 전 대표 자진 사퇴까지 친윤계가 주도한 가운데 취임 한 달밖에 되지 않은 한 위원장마저 끌어내리려고 한 것은 ‘자충수’라는 비판이다. 특히 ‘김건희 리스크’ 논란의 핵심은 한 위원장의 반응이 아니라 대통령실의 침묵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오는 25일 본회의 최대 안건 중 하나가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여부인데 당정 간 갈등으로 민주당에게 공격 빌미를 줄 필요가 있었나 싶다”며 “당정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비대위가 출범했는데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여전히 아래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꼴 아니냐. 국민들 입장에서 정부여당을 뭐라고 보겠냐”고 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대통령실과 여당 간 총선 전 초유의 사태로 여권 내 분열도 생길 수 있는 구조로는 선거를 치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대통령실과 당이 이를 어떻게 봉합하느냐에 따라 향후 총선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