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꿈꿨는데” 음주운전에 뺏긴 22살 축구선수의 삶…7명 살리고 떠나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22살. ‘제2의 손흥민’을 꿈꾸던 축구선수였다. 하지만 한순간, 그 모든 꿈이 무너졌다. 음주운전 차에 치이면서다.

그렇게 손흥민을 꿈꾸던 청년은 세상을 떠나게 됐다. 하지만 그 꿈은 새로운 7명의 생명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순간, 장기기증으로 7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진호승(22) 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7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고 13일 밝혔다.

“손흥민 꿈꿨는데” 음주운전에 뺏긴 22살 축구선수의 삶…7명 살리고 떠나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진 씨가 사고를 당한 건 지난 2022년 9월 20일. 친구를 만난 훈 전동 킥보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음주운전 차에 치여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된 후 의료진의 치료에도 불구,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에 빠졌다. 진 씨는 가족의 기증 동의로 뇌사장기기증에 따라 심장, 폐장(좌, 우), 간장, 신장(좌, 우), 췌장, 안구(좌, 우)를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은 젊고 건강한 아들을 이대로 그냥 떠나보낼 수 없었다고 한다. 기증을 통해 다시 새로운 생명이 세상을 보고 가슴 뛰는 일상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진씨는 경기도 수원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평소에도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늘 먼저 다가가곤 했다.

“손흥민 꿈꿨는데” 음주운전에 뺏긴 22살 축구선수의 삶…7명 살리고 떠나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특히, 그는 어린 시절부터 손흥민 선수를 흠모하며 손흥민과 같은 축구선수가 되길 꿈꿨다. 10년 넘게 축구 선수로 활동했으며, 고등학교 시절엔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팀에서 활동했다. 이후 졸업 후엔 손흥민 선수가 뛰었던 독일에서 1년 가량 유학생활을 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하루아침에, 그것도 음주운전 차에 치여 사고를 당한 현실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꿈 많고 젊었던 아들의 흔적이 점차 사라지는 현실에 더 괴로웠다.

축구선수를 꿈꾸며 열심히 운동했던 탓에, 진씨는 건강했고, 그런 그였기에 7명이란 많은 이들에게 장기기증을 할 수 있었다.

가족들은 진씨의 삶을 세상이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2년이 지난 지금, 진씨의 장기기증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그의 어머니, 김보민 씨는 눈물과 함께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호승아, 꿈에 엄마한테 왔었잖아. 엄마가 울면서 너 이 녀석 어디 갔다가 이제 왔냐고 호통치면서 너 얼굴 어루만지면서 울었잖아.

그랬더니 네가 잘 지내고 있다고 엄마 잘 지내라면서 꼭 안아줬잖아.

엄마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하늘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 엄마 아들로 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