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교수님이 우리 대학 최고 부자일걸”
연구만 하던 교수가 창업 10년만에 대박을 냈다. 단 2건의 계약으로 벌어들일 돈은 1조2000억원. 회사 가치가 오르며 대표 지분 가치는 800억원을 훌쩍 넘었다. 신약 연구개발 기업 에이프릴바이오를 세운 차상훈 대표의 성공 스토리다.
에이프릴바이오는 20일 자사 플랫폼 기술 ‘SAFA’를 활용해 개발 중인 자가염증질환 치료제 ‘APB-R3’를 미 제약사 애보뮨에 4억7500만달러(약 6550억원) 규모에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받은 선급금만 150만달러(200억원)에 이른다.
에이프릴바이오의 기술이전 계약은 이번이 두 번째다. 회사는 지난 2021년 덴마크 제약사 룬드벡에 5400억원 규모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APB-A1’을 기술수출했다. 이에 따라 에이프릴바이오가 단 2건의 계약으로 벌어들일 돈은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에이프릴바이오가 올해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큰 규모의 계약 2건을 성사시키며 회사 가치도 오르고 있다. 지난 19일까지만 해도 1만4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기술수출 계약 체결이 알려진 20일부터 치솟고 있다. 2만원대까지 찍은 뒤 21일 1만9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 회사 시가총액은 4236억원까지 늘었다.
당연히 회사 주인인 차상훈 대표의 지분 가치도 올랐다. 차 대표는 배우자 지분을 포함해 회사 주식 20.57%를 가진 최대주주다. 현재 시가총액 규모로 환산하면 차 대표의 지분 가치는 860억원에 이른다.
차 대표는 강원대에서 환경학을 전공한 뒤 미국에서 미생물학과 면역학으로 석·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1995년부터 강원대 의생명과학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013년 에이프릴바이오를 교원창업했다. 현재 회사 위치도 강원대 의생명과학대 건물에 있고 직원 대부분도 차 대표가 가르쳤던 제자들로 알려졌다.
회사는 지난 2022년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약효단백질의 반감기를 증대시키는 지속형 원천 기술인 플랫폼 기술 SAFA를 보유하고 있다. 2건의 기술수출 계약 모두 이 기술을 활용한 신약이다.
보통 이런 플랫폼 기술은 판권을 독점적으로 한 곳에만 팔지 않고 여러 상대방에게 파는 비독점 계약이 가능하다. 정맥주사 제형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하는 플랫폼 기술을 가진 알테오젠이 이런 기술수출 계약들을 성공시킨 바 있다.
특히 이 기술은 앞선 자가염증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뿐만 아니라 다른 신약으로도 확장성이 기대된다. 에이프릴바이오의 SAFA 기술은 현재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비만치료제, ADC(항체-약물접합체), 항암제 등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프릴바이오가 가진 플랫폼 기술은 국내에서도 극소수만 가진 고도의 기술로 알려졌다”며 “한 우물만 10년 넘게 뚝심있게 연구한 성과가 나오며 대표의 자산도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