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특산물이 된 레몬·맥주…신세계가 ‘로코노미 신세계’ 연다 [르포]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태안 레몬, 홍성 수제맥주 들어보셨나요?”

지역명을 떼고 보면 익숙한 식재료지만, 충남을 대표하는 로컬푸드라고 하기엔 낯설다. 새로운 것에 대한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주는, 이른바 ‘로코노미(지역과 경제를 합친 말)’의 변주다. 기존에 알려진 특산품 외에도 지역이 선보이는 다양한 식재료를 알리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알려지지 않은, 또는 익숙지 않은 식재료를 찾는 ‘로컬이 신세계’가 진행 중인 충남 태안과 홍성을 찾았다. 신세계백화점이 지역 곳곳에 숨은 식재료를 찾고, 특산물을 상품화하는 프로젝트다.

지난달 31일 충남 태안의 아람농원. 뙤약볕이 내리쬐는 비닐하우스에 들어서자, 레몬 나무가 보였다. 가지에 달린 레몬은 아직 초록빛이었다. 손톱으로 껍질에 상처를 내니 진한 레몬 향기가 주변을 채웠다. 해당 레몬은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레카 레몬’이 아니었다. 이탈리아 휴양지인 아말피 지역의 대표적인 농산물인 ‘아말피 레몬’이었다.

임대근 아람농원 대표는 태안에서 아말피 레몬을 10년 넘게 키웠다. 그는 “태안은 바로 옆에 바다가 있어 해양성 기후라는 특징이 있다”며 “재배 환경을 맞출 수 있는 기술력을 가져야 색다른 종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말피 레몬은 우리에게 익숙한 유레카 레몬보다 향이 진하다”며 “아말피는 껍질 향이 진해 특히 셰프들이 좋아하는 식재료”라고 강조했다.

태안은 소금, 액젓, 마늘 등 특산품이 유명하다. 이외에도 서해안에서 잡은 오징어부터 감자, 요거트, 파파야 멜론 등 수많은 로컬푸드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아 수요는 적은 상태다. 이 때문에 달라진 로컬 식재료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초래하기도 한다.

충남 홍성도 마찬가지다. 홍성군 광천읍은 광천 김이 먼저 떠오르지만, 토굴 새우젓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1일 충남 홍성의 중앙 토굴을 찾았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무더운 밖과 대비되는 서늘함이 느껴졌다. 토굴 안은 자연적으로 연중 14~15℃ 온도와 85% 수준의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토굴젓 생산자는 “약 70년 전에 시작해 지금까지 토굴에서 새우젓을 생산하고 있다”며 “당시에는 토굴 앞 도로 밑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금 염도를 25%로 맞춰 3개월간 숙성시켜야 제맛을 낼 수 있다”며 “과거에는 이곳에서 전국으로 나간 새우젓이 전체의 80%를 차지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지역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넣은 수제맥주도 있다. 친환경 농법인 유기농법으로 먹거리를 생산하는 홍천에서도 수제맥주가 있었다. 가치를 인정받아 유기농업 특구로 지정됐다. 이연진 이히브루 양조장 양조사는 “로컬푸드에서 산 식재료와 직접 재배한 쌀을 섞어 만든 맥주가 첫 작품이었다”면서 “지금은 동네에서 키우는 스펠트 밀을 비롯해 국산 호밀과 농장에서 키운 보리수나무에서 딴 열매를 (맥주에) 넣는다”고 소개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로컬이 신세계’ 프로젝트로 발굴한 식재료를 팝업 형태로 소비자에게 선보인다. 작년에는 ‘로컬이 신세계 인(in) 광주&전남’ 팝업스토어에서 전남의 식재료와 광주의 음식을 소개했다. 전남 해남 흑보리, 강진 귀리, 참굴비 등도 선보였다. ‘고려인의 떡갈비’로 불리는 ‘코프타’도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팝업은 지역 농가의 판로를 연다. 백화점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지역 특산 식재료를 맛볼 기회가 된다. 신세계백화점은 프로젝트를 통해 상품의 다양성을 확보한다. 로컬 식재료 생산자와 함께하는 선순환 유통 구조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만의 특색을 입힌 다양한 로컬 식재료의 ‘프리미엄화’를 추구할 것”이라며 “올해도 충남 태안과 홍성의 식재료를 비롯해 다양한 지역의 특색 있는 먹을거리를 소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