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너무 심했다” 연구원에서 가상화폐 채굴이라니…간 큰 직원 덜미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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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가 연구개발(R&D)를 책임지는 정부 출연연구기관에서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2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식품연구원 직원 B씨가 기관 자산으로 구매한 GPU 12개로 가상자산 채굴용 서버 2대를 연구원 홍보관 VR실에 설치해 운용해 온것으로 밝혀졌다. NST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이 직원에 대한 해임 처분을 요구했고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 사건은 지난해 말 식품연 보안 점검 실태조사에서 이상을 감지, NST에 감사요청을 하면서 밝혀졌다.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연 실장인 B씨는 연구원의 GPU 12개를 이용하여 가상화폐 채굴용 서버를 만들어 직원들이 거의 드나들지 않는 VR실의 창고에 두고 가상화폐를 채굴해왔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연구원의 예산으로 에어컨, 전기공사, 출입감지센서를 설치하는 등 VR실 창고를 가상화폐 채굴을 위한 공간으로 만드는 등 연구원 공용재산을 사적용도로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분석결과 2022년 4월부터 2023년 9월까지 가상화폐를 채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건 너무 심했다” 연구원에서 가상화폐 채굴이라니…간 큰 직원 덜미 잡혔다
한국식품연구원에 무단 설치된 GPU 서버.[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감사결과 갈무리]

B씨는 구매 문서 위변조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 정보자산 실사 중 홍보관 내 가상자산 채굴용 서버 2대가 발견되자 통합정보시스템에 신청해 둔 GPU 구매 신청서 수량과 상세내역을 수정, 압류된 GPU 서버 회수를 시도하는 등 업무수행 방해 혐의도 추가됐다.

또 B씨는 가상화폐 채굴을 위해 사설 통신기기를 무단으로 설치·운용, 불법적인 비인가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연구원에 서버에 접속한 후 출퇴근 등록해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다.

NST는 “B씨는 연구원에 약 780여만원의 손해를 발생시켰고 연구원의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 근태 기록을 부정하게 등록하고, 사문서를 위·변조하여 업무를 방해했다”며 규정에 따라 해임 처분과 손해환수 조치를 요구했다. 또 식품연에 대해서는 망 분리 사업이 적정하게 운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전수조사 할 것을 권고했다.

식품연 관계자는 “지난 주 NST 감사위원회의 감사 처분 결과를 받았고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고 절차에 맞춰서 조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