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시오페라단 ‘토스카’ 사태
게오르규 무대 난입에 커튼콜 거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 “익스큐즈미, 이건 리사이틀(독주회)이 아니에요. 날 존중해주세요!”
테너 김재형의 오페라 ‘토스카’의 인기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을 부른 뒤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비스(BIS, 독창을 마친 가수에게 앙코르를 요청하는 일)’ 요청에 다시 한 번 이 곡을 부를 때였다. 토스카 역을 맡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59)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무대로 난입하더니 손을 휘저으며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멈추더니 이렇게 말했다. 공연 도중 이어진 ‘앙코르’가 게오르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다.
8일 세종문화회관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열린 산하 단체인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 3막 중 테너의 유명한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 앙코르 무대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게오르규의 무대 난입에 객석엔 웅성거림이 커졌지만, 무대는 토스카(안젤라 게오르규)와 카바라도시(테너 김재형)의 재회 장면으로 이어지며 무사히 끝까지 마쳤다. 하지만 황당한 일은 오페라를 모두 마치고 커튼콜 시간이 돼서도 나왔다. 커튼콜이 시작되자 합창단부터 차례로 등장해 관객에게 인사를 하며 뜨거운 박수를 받았지만, 게오르규는 주인공임에도 무대에서 인사를 하지 않았다. 모든 출연진이 손을 잡고 단체인사를 할 때까지도 게오르규는 몇 분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조금 지나 사무엘 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모습을 비췄으나, 객석에선 야유와 함께 “고 홈”(집으로 돌아가라)이라는 소리도 들렸다. 게오르규는 결국 관객에게 인사도 하지 않은 채 퇴장했다.
게오르규의 ‘폭주 사태’는 오페라에선 보기 드문 앙코르 때문이었다. 오페라에서 곡이 끝난 뒤 앙코르가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나, 그렇다고 아예 없는 일도 아니다. 지난해 서울시오페라단이 세계적인 테너 이용훈과 함께 무대에 올린 ‘투란도트’ 때도 객석의 끊이지 않는 박수에 인기 아리아 ‘네순 도르마’를 한 번 더 불렀다. 루치아나 파바로티도 1994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토스카’ 공연 중 앙코르로 관객의 환호에 화답했다.
게오르규가 오페라에서의 앙코르에 대한 거센 항의를 ‘무대 난입’과 ‘커튼콜 거부’로 보여주자, 관객들도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관객들은 물론 업계에서도 게오르규의 행동이 관객과 지휘자, 상대 오페라 가수까지 무시한 처사라며 반응이다. 앙코르 결정은 지휘자의 재량인데 “게오르규가 선을 넘은 것은 물론 한국 관객을 무시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관객 사이에선 ‘티켓값 환불 요청’도 나오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번 공연 앙코르는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즉석 결정해서 진행한 것으로 앙코르가 진행 중인 무대 위에 출연자가 등장하여 항의를 표현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은 해외에서 발생했던 유사한 사례들의 처리 내용을 참고하여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젤라 게오르규 측에 강력하게 항의를 전달하고,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