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사건의 ‘시발점(始發點)’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욕하냐고 말하네요.”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안다.” “이부자리를 별자리라고 생각하더라고요.”
7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제578돌 한글날을 맞아 전국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저하됐다”고 답변한 비율이 91.8%에 달했다.
답변자의 절반가량(48.2%)은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답했다. '글의 맥락과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도 46.6%나 됐다.
교원들이 실례로 제시한 내용을 보면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 ‘왕복 3회라고 했는데 왕복을 이해 못함’, ‘고1 학생도 혈연이 뭔지 모름’,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욕하냐고 말함’, ‘체험학습 계획표 중식 안내를 보고 짜장면 먹냐고 물음’, ‘두발자유화 토론을 하는데 두발이 두 다리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 등 이었다.
교원들은 학생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스마트폰·게임 등 디지털 매체 과사용'(36.5%)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독서 부족(29.2%), 어휘력 부족(17.1%), 기본 개념 등 지식 습득 교육 부족(13.1%) 순으로 나타났다.
교원들은 학생 문해력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독서활동 강화(32.4%)에 가장 많이 꼽았다. 이외에도 어휘 교육 강화(22.6%), 디지털매체 활용 습관 개선(20.2%), 토론‧글쓰기 등 비판적 사고 및 표현력 교육 강화(11.4%)가 뒤를 이었다.
한국교총은 “문해력 저하는 학습 능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와 향후 성인이 된 이후 사회생활에도 부정적 영향과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 문해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단‧분석부터 시작하고 디지털기기 과의존‧과사용 문제를 해소하는 법‧제도 마련 및 독서, 글쓰기 활동 등을 강화하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