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상무장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랜초 팔로스 베르데스에 위치한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상무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 관세 공약을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 후 공약이 현실화하면 세계 무역에 1조 달러(약 1359조원)의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윌버 로스 전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에 실은 기고문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로 연결될 공산이 큰 보편적 관세 구상을 띄웠는데, 이는 대다수 WTO 회원국들에게 재앙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는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 관세 공약이 실행되면 “세계 최대의 수입국인 미국은 글로벌 무역에 거의 1조 달러에 달하는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이는 우리(미국) 쪽의 피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썼다.

그는 “그런 극적인 조처는 위험하겠지만 다른 나라들보다는 우리에게 덜 위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나라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누차 밝혀왔다.

기고문에서 로스는 WTO를 미국 무역적자의 '원흉'으로 꼽았다.

그는 “대선 시즌이 가열되면서 미국의 7천850억 달러 규모 무역 적자가 뜨거운 주제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또는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쉽지만 진짜 범인은 WTO”라고 주장했다.

로스는 WTO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각국이 무역 관련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개발도상국 지위'를 스스로 선언할 수 있게 돼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개발도상국 지위에 대한 엄격한 자격 요건이 없기 때문에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을 포함해 WTO 회원국 80%가 '개도국'임을 주장하고 있다고 로스는 부연했다.

미국이 중국에 거액의 무역적자를 기록하면서 '개도국'으로 규정된 중국에 무역과 관련한 양보를 해야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었다.

로스는 “우리 협상가들이 수십 년 전 이 같은 WTO 규정에 동의했지만 그 당시에 납득 가능했던 일들이 지금은 매우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며 “미국은 대부분의 다른 WTO 회원국들(개도국 지위에 있는 국가)에 영구적으로 양보를 해야 하는데, 이것은 양자 무역 협정을 협상하는 미국의 능력을 해친다”고 덧붙였다.

로스는 이와 함께 WTO의 분쟁 해결 절차에서 패널들에게 편향성 문제가 있다면서 미국은 WTO 분쟁 사례의 약 25%에서 피고의 입장이었으며 90%의 패소율을 기록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무역 적자가 가장 큰 미국이 국제 무역 법규의 최대 위반자가 된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로스는 또 WTO가 환율 조작, 지식재산권, 서비스 산업 장벽 등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시비가 명확한 사안에서도 분쟁 해결 절차가 지나치게 지연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