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작년까지만 해도 5억5000만원 이하까지 더 떨어진다는 소리에 냉큼 집을 팔았더니 요즘 집값이 6억원을 호가하고 있어요. 잘못된 선택 때문에 앉은자리에서5000만원이나 손해를 봤죠.” L씨는 송파구 장지동에 보유하고 있던 84㎡(전용면적) 아파트를 최근 팔고 후회막심해하고 있다.

이렇게 강남권 아파트가 소형 중심으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수년간 침체에 빠져있는 강남권 중대형 아파트에도 온기가 드리워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중대형 아파트에 온기가 느껴지지 않지만 국회의 부동산 법규 통과 여부에 따라 중대형 시장도 온기를 기대할 수 있는 등 아파트 시장 전망을 예단할 수 없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의 솔직한 분석이다.

14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반포동 등 강남권은 아직 중소형 아파트에 매기가 집중될뿐 중대형 아파트엔 온기를 느낄 수 없었다. 중개업소 마다 중소형 문의가 쇄도할뿐 중대형 아파트 시세만 문의할뿐 거래를 위해 업소를 찾는 소비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압구정지역은 214㎡짜리 대형 아파트가 26억원 안팎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지만 실재 거래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다른 대형 평형도 마찮가지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앞 R공인중개업소는 “아직 이렇다할 매매가 없다. 당분간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 같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부동산시장 본격 회복세? 강남권 중대형 아파트 상승 기대감 크지만 거래는 잠잠.. 이유는 불확실성-copy(o)1

하지만 일각에선 시간이 흐를 수록 대형 아파트를 찾는 매수 문의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S공인 한 관계자는 “전보다 조금씩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온다. 값이 오르는 건 아니지만 실수요자 위주로 서서히 상담 문의가 잇따르고, 일부는 실제 거래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남 일대는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담 문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향후엔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며 다소 낙관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P공인 관계자도 “지금은 매수자와 매도자들 양쪽 모두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심리가 형성된 상황”이라며 “국회의 법안 통과 결과에 따라 중대형 아파트 시장의 향후 진로가 결정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포자이,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등 대형 아파트가 몰려있는 서초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 시세는 여전히 고가 행진이다. 하지만 시세는 약보합세다. 반포동 I공인중개사무소의 매물 게시판엔 반포 자이 시세가 200㎡ 21억원, 232㎡ 23억원, 264㎡ 23억5000만원, 297㎡ 26억원, 301㎡ 27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강북지역은 강남권보다 중대형 아파트 시장보다 다소 활발하다. 강북지역의 경우 대형 평형이 희소성을 갖고 있는 데다 강남에 비해 집값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소형 매물이 사라지면서 일부 수요가 중대형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점도 중대형 아파트 시장에 실수요자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중 하나다.

실제로 노원구 상계동 일대엔 소형 평형은 매물이 동이 나면서 중대형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아직 실거래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올 하반기나 내년쯤에 중대형 거래가 다소 활발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T공인 관계자는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기대감을 갖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국회 통과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며 “올해 안에 뭔가를 보여준다면 내년 중대형 아파트 시장에도 온기가 드리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