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패션 · 인테리어까지 감출수 없는 ‘끼’…서른살의 천재 디자이너
그가 들으면 펄쩍 뛸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작품은 일관적이다.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독특함이 톡톡 튀고, 오브제에 생기가 흘러넘친다. 새로운 작품마다 그의 또다른 새 아이디어가 살아 숨쉰다는 점에서 한결같다는 것이다.
이제 갓 서른살을 넘긴 게리 카드(Gary Card)는 이미 세계 디자인 시장의 중심인 영국 런던에서 가장 혁신적인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다. 그와 협업하고자 줄을 선 럭셔리 브랜드, 의류 업체 등은 동안(童顔)에서 뿜어져 나오는 동화적 상상력에 열광하고 있다. 독특한 소재나 기발한 구도를 활용한 제품 디스플레이에서 창의적 세트 디자이너로서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업역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일러스트를 비롯해 그래픽ㆍ패션 디자인, 인테리어, 소품 공예 등에 이르기까지 그의 재기발랄함을 그냥 묵히기에 아까운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스로를 소개할 때도 한가지 직업으로 활동영역에 울타리를 치지 않는다.
이제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헤럴드 디자인위크 2013’에선 그의 디자인 철학 및 디자이너로서의 가치관 등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장이 열린다. 그에 앞서 진행된 e-메일 인터뷰에선 장난끼가 짙어보이는 외모와 달리 디자이너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등 진중한 모습이 느껴졌다.
-창조성을 끊임없이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전시회나 갤러리, 책이나 영화를 보는 등 일상에서 영감을 받는 것을 제외하면 보통 원재료를 보며 이것을 어떻게 사용할까 생각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받는다. 영감이라는 건 끊임없이 발견하고 실험하는 과정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머릿속의 디자인을 실제에 옮길 때 어떤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거치나.
▶프로젝트마다 다르다. 이런 과정을 매번 다르게 진행할 수 있는 직업이어서 행운이다. 가장 단순한 부분에 집중하는 것부터 시작해 ‘이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을 이루려 하나’ 하는 질문을 꾸준히 던진다. 책에서 영감을 얻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 요긴하게 활용한다. 이후 작고 빠른 스케치를 하는데, 이는 정형화된 사고 과정에서 해방시키려는 노력으로 무한한 가능성과 에너지를 유지하게끔 돕는다.
-궁합이 맞는 재료는.
▶내 일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가 신기한 재료로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경우 폴리스테린과 같은 흔한 물질로 작업하는데, 비누와 왁스 같은 재료로 포인트를 준다. 이런 새로운 물질을 사용하는 걸 즐겨 최대한 실험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걸 좋아한다. 내 단골 재료는 마스킹테이프인데 의상부터 조각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든 경험이 있다. 최근에 개인 조각 전시회를 할 땐 300롤 이상이 들기도 했다. 이 재료가 굉장히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다고 믿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마스킹테이프를 나만큼 좋아하지 않는 데 굉장히 놀라고 있다.
-당신의 디자인이 주류에 들게끔 제작하는 게 중요한가,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게 중요한가.
▶모든 이들이 둘 다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부분만 추구한다면 의뢰인이나 나에게 득이 되지 못한다. 의뢰인들은 굉장히 폭넓은 주제와 그 작품에 다가가는 방법을 요구한다. 어떤 이는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걸 중요시하는 반면, LN-CC(의류 편집숍 브랜드) 같은 작품을 디자인할 땐 무조건 새로운 뭔가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중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두 개의 다른 접근 방법이 디자이너로서 균형적 발전을 가져오길 바란다.
-한국 학생들 사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데 디자이너들에게도 도움이 될까.
▶내가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은 스토리텔링인데, 이를 생각하는 데에 있어 디자인적 요소들은 모두 왜 그 요소들이 들어가야 하나 논리적 설명이 돼야 한다. 여기서 인문학은 디자인을 공부하고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하다. 디자인은 전문가뿐 아니라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 세상과 더 긴밀하게 소통하는 걸 바라고, 그것은 나를 비롯한 젊은 디자이너들이 추구해야 하는 지향점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작품마다 친숙함을 느끼게 하는 키스 헤링(Keith Haring)의 시도가 좋다.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통이다. 우리가 뭘 말하고자 하는지, 대중들이 어떤 느낌을 가질지 하는 사항들이다. 또한 이게 순간 느끼는 감정인지, 머릿속에서 계속 울리는 감동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메시지이든, 디자이너는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느낌을 최대한 대중에게 충실히 소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근 디자이너의 사회적 역할도 많이 강조된다. 당신의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책임은 무엇이라 보는가.
▶안타깝게도 내 일의 대부분은 심미적 요소가 대부분이다. 희망사항은 환경적 부분에서 내 디자인이 기여하는 것이다. 재료를 사용할 때 이 재료를 버리지 않고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나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재료는 일회용이 많은데 이런 재료로 만든 내 작품이 평생 지속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업한다.
-사람들이 당신을 어떤 디자이너로 인식하길 바라나.
▶대중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고 싶고, 궁극적으론 단순 디자이너 타이틀이 아닌 아티스트로 인식되기를 원한다.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모두 연결시키고자 노력하고 내 색깔을 대중에 분명히 인식시켜 훗날 사람들이 어떤 내 작품을 봐도 ‘이건 게리 카드 작품이구나’ 알 수 있게끔 하고 싶다.
백웅기 기자/kgungi@heraldcorp.com
■DSR란=헤럴드경제가 매주 게재하는 디자인면의 주제는 ‘이젠 DSR(디자인의 사회적 책임ㆍDesign’s Social Responsibility)이다’입니다. 단순한 제품과 상품 디자인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담은 디자인, 성과와 혁신을 넘어 공존의 가치를 담은 디자인, 그것이 바로 DSR입니다. 헤럴드경제가 연중 최대 행사로 10월 진행하는 ‘헤럴드디자인위크2013(Herald Design Week 2013)’ 전까지 게재되는 이 지면에서 독자 여러분은 디자인의 미래 창(窓)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