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은 비어가고… 총 50兆7000억 세입확충계획 시작부터 난관 상반기 목표의 41.3%…연말 20兆 감소 우려 증세·2차추경도 마땅찮아 공약 조정 불가피
경기회복 안갯속… 美출구전략·中경기부진등 대외불확실성 여전 정부 3% 성장률 회의론 확산…뾰족수도 없어 전문가들 “예산조정 등 대대적 정책수정 필요”
경기 침체 여파에 따른 세수 부족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한국판 재정 절벽(재정 지출 대폭 삭감)’ 상황에 직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공약 이행 달성의 어려움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세수 부족분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하반기 경기 회복으로 세수 부족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가 정부 기대만큼 회복하지 못할 경우 다른 대책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증세나 2차 추경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결국 공약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쓸 데는 많고, 돈은 안 걷히고=1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비과세ㆍ감면 정비 및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통해 올해만 2조9000억원의 세입을 확충하는 등 2017년까지 총 50조7000억원의 세입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정권 초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세수 부족이 생각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민석(민주당)ㆍ나성린(새누리당) 의원이 14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세수 실적은 82조1262억원으로, 올해 징수 목표 199조원에 비해 41.3%의 세수 진도율에 그쳤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상반기 10조원, 연말 20조원가량의 세수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올해 세입 확충 목표인 2조9000억원을 달성한다고 해도 정부의 공약 이행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 정부는 창업 활성 및 주거 안정 등 경제 부흥을 위한 공약에 2조2000억원을 비롯해 기초생활보장제 개편 등 국민행복 4조3000억원, 문화 콘텐츠 육성 등 문화 융성에 3000억원 등 총 6조6000억원을 지출할 계획이다. 2017년까지는 134조8000억원이 공약 이행에 소요된다. 여기에 지방 공약 이행에도 2017년까지 124조원이 든다.
▶경기 회복 안 되면 공약 구조조정해야=정부는 세수 부족분이 아직까지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일각에서 우려가 있지만 정확한 세수 부족 규모는 8월이 돼야 알 수 있다”며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세수 부족분은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재부는 올 5월까지의 세수 실적이 지난해 경기 여건이 좋지 않아 올 3월 법인세 신고 실적이 크게 감소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 추가경정예산 편성 및 부동산 대책 등 각종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고 경기가 회복하면 세수 부족분은 축소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에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및 출구 전략 우려와 중국의 경기 부진 등 대외 환경이 좋지 않다. 이에 정부의 하반기 3%대 성장률 전망이 “너무 낙관적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반기에도 정부의 기대대로 세수가 걷힐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관리할 만한 수준으로 여기는 세수 부족액 5조~6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세입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2차 추경이나 증세 등을 하기도 쉽지 않다. 양 사안 모두 정부가 “현재로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현실적으로 공약을 일부 조정하는 방법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출범 1년차밖에 안 됐는데 세수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앞으로 5년 동안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느냐”며 “복지 예산 조정 등 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남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