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 어디로?
슈퍼사이클은 끝났다 -조지 소로스 “안전자산으로서 위상 붕괴” -글로벌 투자·상업은행 앞다퉈 가격하락에 베팅 -달러강세 등 영향 온스당 1200弗까지 주저앉을수도
금시대 종언은 시기상조 -선진국 돈살포로 인한 인플레 헤지수단으로 유효 -인도·중국 수요 급증…신흥국 중앙은행 금 매입 -금펀드 청산 둔화…투자자들 매입·보유 전략 무게
“금은 여전히 비싸다. 온스당 130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금을 구매할 생각이 있다.”- ‘원자재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금이 인플레를 헤지할 수 있는 강력한 투자처라는 신념에는 변화가 없다. 금투자를 계속하겠다.”- ‘헤지펀드의 제왕’ 존 폴슨
지난달 16일 33년 만의 기록적인 금값 폭락 이후 두 글로벌 투자 거물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짐 로저스는 금값 추락에도 금을 조금도 사지 않았고, 존 폴슨은 금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으로 10억달러(한화 1조1000억원)를 날리고도 금 투자 의지를 재확인했다.
국제 금값 향방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바닥을 쳤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제 금값은 지난 16일 하루 만에 9.3% 하락해 1360달러선까지 밀려났지만 열흘 만에 1460달러선을 회복했다.
▶금 랠리 끝났다=12년 지속된 금 랠리에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세계적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는 이달 초 홍콩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위치는 붕괴했다”며 “금은 더는 안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해외 투자ㆍ상업은행도 앞다퉈 금값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이들은 달러화 강세, 물가상승 기대감 약화 등을 이유로 금값이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며 1200달러대까지 주저앉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금시대의 종말’이라는 보고서에서 금값 슈퍼사이클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스테파니 에이메스 애널리스트는 “올해 금값이 온스당 1265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상품연구소장인 마이클 하이는 이달 초 CNBC방송에 출연해 “앞으로 실질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경제성장 등으로 인해 금값 하락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 시장에 가격 대폭락인 ‘퍼펙트스톰’이 불어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값이 1300~1500달러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18일 “적정한 금값은 온스당 1300달러”라며 “금값이 당분간 1050~1500달러를 오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위스 2대 은행 크레디트스위스도 금값을 올해 1540달러, 내년 1520달러로 내다봤다.
투자자에 금 투매를 권했던 골드만삭스는 올 들어 두 차례 금 목표가를 하향조정했다.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10일 종전 온스당 1610달러로 제시했던 올해 평균 금값 전망치를 1545달러로 크게 낮췄다. 또 내년 전망치 역시 1490달러에서 1350달러로 하향조정하며 금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값, 바닥쳤다=하지만 금의 ‘황금시대’ 종언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무차별 돈 살포로 금이 여전히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유효하다는 주장에서다.
미국의 헤지펀드 운용 폴슨앤드컴퍼니는 최근 투자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돈 풀기가 인플레를 유발할 것”이라며 금값 강세 전망을 펼쳤다.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최고경영자(CEO)와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도 금값 폭락 후에도 “금값 상승은 계속된다”는 의견을 꺾지 않았다.
HSBC는 “올해 더이상 금값 폭락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HSBC는 이러한 전망의 근거로 크게 3가지를 들었다.
첫째 금 상장지수펀드(ETF) 청산이 둔화하고 있으며, 둘째로 인도와 중국의 실수요가 급증하고, 마지막으로 신흥국의 중앙은행이 금을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HSBC의 제임스 스틸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막대한 금 펀드 청산이 대부분 마무리됐고 시장 참여자 다수가 금에 대해 ‘매입과 보유’라는 트레이딩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