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도 휘어잡는 카리스마ㆍ유망주 발굴하는 안목ㆍ장기플랜으로 최강 스쿼드 유지한 명감독
[헤럴드 생생뉴스]세계최고의 축구클럽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퍼거슨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가 부임하기 이전에는 평범한 클럽이었지만, 퍼거슨 감독이 자신만의 철학으로 팀을 27년간 조련한 이후에는 명문중의 명문 클럽으로 자리매김했다.
맨유의 상징이자, 맨유와 동의어나 다름없는 알렉스 퍼거슨(72) 감독이 8일(한국시간) 마침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1999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후반 45분까지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0-1로 뒤지다 후반 추가 시간에 두 골을 넣어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군 퍼거슨 감독은 그해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아 ‘퍼거슨 경’으로 불릴 만큼 영국의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는 선수로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공격수 출신인 그는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가 감독으로 쌓은 명성에 비하면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1974년 32세 젊은 나이에 선수를 그만둔 퍼거슨 감독은 그해 곧바로 스코틀랜드리그 팀인 이스트 스털링 지휘봉을 잡고 감독 생활을 시작해 명지도자로 커 나가는 첫발을 내디뎠다. 1986년 맨유 감독에 부임한 그는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우직하게 밀어붙여 당시만 해도 중하위권 팀이던 맨유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전 세계를 통틀어최고 명문 가운데 하나로 키워냈다.
그가 남긴 업적은 화려하다.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는 리그 3회, FA컵 4회, 리그컵, 유로피언컵,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 각 1회씩 우승했다. 하지만 이는 맨유의 전설에 비하면 평범하다.
올 시즌을 포함해 13차례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올랐고 FA컵 5회, 리그컵 4회, 커뮤니티실드 10회, UEFA 챔피언스리그 2회, 유로피언컵 1회, UEFA 슈퍼컵 1회, 인터컨티넨털컵 1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1회 우승을 차지했다. 맨유의 라인업은 계속 바뀌었지만, 퍼거슨이 이끄는 맨유는 항상 강했다.
국제축구역사통계재단(IFFHS)에 따르면 퍼거슨 감독은 세계 각국의 축구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산정하는 ‘21세기 최고의 클럽 감독(2001∼2012)’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수천만 파운드의 몸값을 받는 선수들이 왕처럼 군림하는 다른 팀과 달리 퍼거슨 앞에서는 그 누구도 뻣뻣할 수 없었다.
화가 나서 축구화를 걷어찬 것이 미남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얼굴에 상처를 냈지만, 베컴은 아무말 못했다. 팀플레이에 도움이 안된다 싶으면 가차없이 내쫓았다. 베컴을 비롯해 로이 킨, 루드 반 니스텔루이 등은 맨유의 전설이 될 수 있었지만 퍼거슨의 인정을 받지 못해 떠나야했다.
퍼거슨의 안목 역시 탁월했다. 라이언 긱스나 에릭 칸토나, 박지성 등, 당시에는 톱클래스가 아니었지만 퍼거슨이 맨유의 스쿼드에 포함시키자 팀도, 개인도 화려하게 빛이 났다. 퍼거슨이 이끄는 27년동안 맨유는 최고의 인기, 최고의 영광, 최고의 관중들과 함께 최고의 클럽이라는 영예를 만끽할 수 있었다.
축구팬들의 관심은 퍼거스의 후계자가 누구일지에 모아지고 있고, 1순위로는 에버튼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꼽히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9일(이하 한국시각) 모예스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됐다고 홈페이지에 전했다. 모예스 감독은 8일 빌 켄라이트 에버튼 구단주와 올 시즌을 끝으로 에버튼을 떠나 맨유로 가는 데 합의를 마쳤다는 내용이다. 이대로라면 모예스 감독은 지난 2002년부터 11년간 이끌어온 에버튼을 떠나 맨유의 지휘봉을 잡게 된다. 퍼거슨이 맨유의 전설이라면, 모예스는 에버튼을 중상위권에 11년동안 올려놓은 에버튼의 은인이다.
한편, 영국의 더 선이 실시한 ‘누가 퍼거슨의 후계자가 되어야하는가’라는 설문에서는 9일 오전 현재 7만9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조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39%로, 모예스 감독(32%)을 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