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 포맷 탈피…새 출구찾는 예능

‘아이돌 전성시대’에 예능프로그램이 대처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신의 예능(MBC의 무한도전)’은 의미를 잡고 그릇된 역사인식에 경종을 울렸으며, 국내 음료기업과 손잡은 프로그램(MBC플러스의 대한민국 미술아이돌 소문난 대회! 다 모여라)은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게 됐다.

브라운관에서 아이돌의 적극적인 활용이 두드러지는 것은 이들로 인해 ‘홍보효과, 해외판매, 부족한 제작비 창출’ 등이 단번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거기에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아이돌 그룹이기에 고정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제작사나 방송사는 또 다른 강점으로 꼽고 있다.

아이돌의 브라운관 출연이 잦아지자 이제는 콘텐츠도 달라졌다. 천편일률적인 포맷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이다. 바로 ‘무한도전-한국사 특강’과 아이돌 사생대회 ‘대한민국 미술아이돌 소문난 대회! 다 모여라’다.

진화한 예능 ‘무한도전’이 아이돌 특집에 한국사 특강을 접목한 한 수는 탁월했다. 기존의 공식화한 아이돌 예능법에서 벗어나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신한류돌’에게 ‘왜 국사를 배워야 하는가’의 당위성을 알려줬다. 3ㆍ1절을 ‘삼점일절’로 읽는 시대, ‘야스쿠니신사’를 두고 싸이의 ‘젠틀맨’을 떠올리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는 때 그 와중에 선택과목이 된 국사의 수능 채택 비율은 고작 7%. 10대의 우상인 아이돌의 역사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최근 뭇매를 맞은 시크릿 전효성의 “우리는 민주화시키지 않는다”는 발언도 이를 방증한다.

한국사특강·미술대회…‘아이돌 활용법’의 진화

‘무한도전’ 멤버는 이 같은 상황에 ‘한국사 특강’편을 방송하며 반만년 한반도의 역사를 직접 가르쳤다. 특히 안중근 의사 어머니의 편지가 유재석의 입을 통해 낭독되자 아이돌 멤버는 고개를 연방 끄덕이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무도’의 기획은 여기서 승리. 샤이니 시크릿 포미닛 등 10팀의 신한류돌을 섭외해 이들의 탄탄한 팬덤인 청소년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갖게 하자는 의도였다. 웃고 떠들던 예능프로그램의 탁월한 아이돌 활용법이었다.

‘아이돌 사생대회’는 또 다르다. ‘대한민국 미술아이돌 소문난 대회! 다 모여라’라는 제목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은 레인보우 달샤벳 비투비 등 110명의 아이돌이 출연해 숨은 실력을 펼쳤고, 이후 최종 3명으로 순위를 가린다. 포장된 결과물만 봐도 ‘독특한 아이템’으로 기존의 아이돌 특집 프로그램과는 차별되지만 이 예능엔 방송사와 아이돌그룹의 기획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광고주 동아오츠카의 욕구를 충족시킨 3박자가 어우러졌다.

일단 프로그램은 아이돌을 대거 등장시키는 콘텐츠로 기획됐다. 소재는 기존의 뻔한 아이돌 예능의 틀을 벗어난 ‘미술대회’다. 1등에 뽑힌 아이돌은 동아오츠카의 데미소다 종이 패키지의 그림을 그리고 이 음료 브랜드의 광고모델로 활동한다. 1등 미술돌이 그림을 그려 새 옷을 입은 데미소다 10입 패키지는 할인점 등에서 판매하게 된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MBC플러스의 홍윤혁 차장은 “애초 광고주가 원했던 것은 데미소다 패키지를 바꿀 일반인 공모전이었는데, 자칫 ‘일반인 잔치’로 흐를 수 있어 아이돌 사생대회로 방향을 바꿨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홍 차장은 “의외로 많은 아이돌의 출연신청이 들어와서 놀랐다”면서 “기획사와 광고주, 방송사를 모두 만족시킨 기획이라는 점이 적중했다”고 평가했다.

방송사에선 고정 시청층을 확보한 아이돌 콘텐츠를 방송하게 됐고, 광고주는 아이돌 마케팅으로 스페셜 에디션 패키지 판매를 노리게 된다. 또 무대 위의 아티스트를 꿈꿈는 아이돌(기획사)의 입장에서는 ‘육상대회’ 등의 프로그램은 체육만을 강조해 “아이돌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아티스틱한 면모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니었지만, 사생대회를 통해 예술적인 면을 부각시킬 수 있어 출연을 선호한 것 같다”는 해석이다.

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