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원내대표 선거 과반수 표심 각종 모임 최경환·이주영 등 발길

그동안 존재감 없는 ‘유령’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왔던 새누리당 초선의원의 몸값이 폭등했다. 5월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전체 의석(152명)의 절반 이상(78명)을 차지하는 이들의 ‘표심(票心)’에 관심이 쏠리면서부터다. 이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최경환ㆍ이주영ㆍ김기현 의원 등의 물밑경쟁이 한창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당 원내대표 선거의 캐스팅보트는 초선이 쥐고 있다. 그들을 사로잡아야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수(選數)가 높을수록 당내 목소리는 크지만, 1인 1표를 행사하는 원내선거에선 이들의 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80여명에 달하는 표가 행여 한 곳으로 쏠리기라도 하면, 승리는 떼어놓은 당상이다. 지난해 5월 원내대표 선거 1차투표에서 남경필-김기현 조에 표가 쏠린 것도, 예상치 못한 ‘초선표’가 대거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 초선의원은 “당시 선거에서는 누구를 정하지 않고 가서, 정견 발표와 토론을 보고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각종 초선 모임도 성황이다. 9일 초선이 대거 참석하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는 최경환ㆍ김기현 후보가 얼굴을 내비쳤다. 지난 3일 초정회(초선의원정책연구모임) 월례회의 자리에는 최경환ㆍ이주영 의원이 참석했다. 삼삼오오 모이는 초선의 사적 모임에까지 중진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다보니 이들의 표심과 관련해 ‘특정후보에 몰아주는 것 아니냐’ ‘이미 한 쪽으로 쏠렸다’는 근거 없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초선이 대부분인 비례대표 의원이 특정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한 비례대표 초선의원은 9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이 특정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는 건 초등학교 수준”이라며 “후보가 공식화하면 그분들의 정책방향에 대해 들어보고 각자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루머는 그동안 쓴소리 한 번 제대로 못낸 초선의 전력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많다.

한 재선의원은 “이미 공천과정에서부터 계파공천이 행해지면서 대부분 초선이 일명 박근혜 키즈(kids)로 길러지지 않았느냐. 친정에 쓴소리를 하기엔 구조적으로 어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초선이 제 목소리 내기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초선의원의 힘은 당내 기득권과 계파주의, 패권주의에 저항하면서 ‘상식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있다”며 “제 목소리를 내는 초선이 등장해야만 ‘건강한 여당’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