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 1월 2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모자를 눌러쓴 한 남자가 전봇대에 전단지를 붙이고 지나갔다. 도시형생활주택 분양광고였다. 전화를 걸어봤다. 담당 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분양관계자 A씨는 “융자 없이 매매가 1억3200만원에 순수한 연 수익률이 6.2∼6.3%, 대출을 끼면 10%도 나온다”며 “좋은 물량은 절반정도 나갔으니 빨리 결정하라”고 말했다.

# 2. A씨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인근 공인중개사를 돌았다. 십중팔구는 ‘거짓말’이라고 했다. 수익률을 부풀렸다는 것. 신림동 B공인 관계자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5만원을 받아야 분양가 대비 6%대 수익이 나온다”며 “우리가 보기엔 월세 50만원 받기도 힘들다”고 고개를 저었다. 다른 공인중개사 C씨는 “(그 분양사무소가) 동네 중개업자들 모아놓고 투자전망 좋다며 선전까지 했지만 ‘뻥튀기’ 하는 게 빤히 보였다”고 냉소했다.

한때 투자상품으로 분류됐던 수익형부동산이 현장 공인중개사들에게까지 홀대받고 있다. 특히 대출금을 넣어 고수익이 필수인 투자자에겐 ‘늪’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상업시설 할것없이 투자금 회수에 평균 20년 이상, 최장 30년이상 걸리고 이는 더 길어질 것으로 파악돼서다.

21일 FR인베스트먼트가 헤럴드경제의 의뢰로 서울에서 2010년 이후 공급된 도시형생활주택 6만8620가구, 2008년 이후 공급된 오피스텔 2만1088실, 그리고 2010년부터 공급된 상업시설(41개동 상가 중 1층 384실)의 작년 12월 기준 조소득승수를 집계했다. 집계엔 공실가구를 반영했다. 조소득승수란 현 매매가격을 연 임대료 총액(12개월치 월세)으로 나눈 값이다. 이는 임대소득이 현 상태로 몇년 간 지속돼야 투자금을 전부 회수하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그 결과 도시형생활주택의 조소득승수는 서울 평균 25.15로 나타났다. 작년 12월 기준 연 수익률은 평균 4.29%였다. 25년 간 이를 유지해야 투자금이 회수된단 의미다.

이 중 관악구는 12월 현재 연 수익률 3.36%를 유지할 때 투자금 회수에 31.4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다 보니 임대료도 높지 않다. 렌트라이프에 따르면 작년 관악구 도시형생활주택의 월세는 평균 29만원으로 서울 전체 평균(31만원)보다 낮았다.

도시형생활주택이 단기간 집중공급된 관악구의 수익성 악화는 심각했다. 신림동 D공인 관계자는 “몇년 내 도시형생활주택이 아예 없어질 것이란 예상도 많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오피스텔도 사정은 비슷하다. 연 수익률 평균 5.16%를 20년정도 유지해야 투자비를 뽑을 수 있다. 가장 오래 걸리는 곳은 영등포구(연 수익률 4.9%ㆍ투자비 회수에 22.7년 소요)로 나타났다. 영등포구 오피스텔 전문 E공인 김 모 대표는 “역세권은 수익률 5%가 나오지만, 쏠림현상이 심해 비(非)역세권은 3∼4%대 수익률도 나온다”고 말했다.

상업시설도 내수경기 부진으로 서울 기준 수익률은 평균 5%대를 간신히 유지했다. 투자금 회수엔 21년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오래 걸리는 곳은 용산구(26.2년)다.

문제는 이 회수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최근 4년간 수익형 부동산 수익률이 계속 낮아지면서 투자회수에 걸리는 기간도 점차 늘고 있다”며 “당분간 이 추세가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고수익 유혹에 속아 대출을 낀 투자자들은 골머리를 앓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 전문위원은 “수익률이 내려갈 수록 빚이 많은 투자자는 상환문제로 (시장에서) 발 빼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수익형부동산 공급이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 당분간 시장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위원은 “수익형 아이템 자체가 상당히 트렌디한 상품이라 공급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이라며 “재고 조정에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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